스프링캠프는 사실상 '자율'과 이별을 의미한다. 코칭스태프가 짜 놓은 스케줄에 따라 정신없이 움직이다보면 어느새 시즌이 코 앞에 다가오게 된다.
간혹 이 같은 기계적인 움직임은 발전에 장해가 될 수도 있다. 스스로 선택하고 준비할 수 있는 폭을 줄이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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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홍성흔은 지난해 스프링캠프를 다녀오지 못했다. 원 소속팀인 두산에 트레이드를 요구한 탓에 경희대 등에서 홀로 개인훈련을 했을 뿐이다.
홍성흔은 "두번 하고 싶지는 않지만 첫 개인 스프링캠프가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다. 단체 훈련에서 해보지 못한 것들을 시도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성흔의 개인 훈련은 타성에 젖은 스프링캠프의 단점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던 셈이다. 그가 생각하는 개인 훈련의 장.단점은 바꿔 말하면 단체 훈련의 장.단점이 될 수 있다.
▲당당하게 쉬는 길을 찾아라
홍성흔은 개인 훈련의 장점을 "눈치 안 보고 내가 필요한 걸 찾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꼽았다.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맞춤 훈련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홍성흔은 "컨디션이 너무 안 좋으면 훈련량을 좀 줄였다. 반대로 좋을 때 몰아서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결국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모두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단체훈련에선 힘든 부분이다. 이런 저런 눈치가 보여 어지간해선 "몸이 안 좋다"는 말을 하기 어렵다. 특히 연차가 얼마 되지 않는 선수들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관점을 바꿔보면 다른 접근이 가능하다. 컨디션이 좋았을 때 방점을 찍어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스프링캠프는 보통 사흘 훈련, 하루 휴식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휴식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컨디션이 좋을 때라면 스스로 짐을 꾸려 개인 훈련을 해보는 것도 시도해볼 만 하다.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발전을 위해서다.
알아서 움직이는 선수라는 믿음을 얻게되면 페이스가 떨어졌을 때 당당하게 "쉬고 싶다"는 말도 꺼내볼 수 있다. 단체 훈련 속에서도 개인 스케줄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매년 스프링캠프 소식을 전하는 뉴스들 속엔 "감독이 모 선수에게 "너는 훈련 그만 하고 들어가라"고 했다"는 미담 아닌 미담이 반드시 포함돼 있다. 진심은 반드시 통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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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개인 훈련의 최대 단점은 외로움이다. 단순히 홀로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훈련 성과가 어느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홍성흔은 "봐주는 사람이 없다는 건 답답한 일이었다. 잘하고 있는 건지 못하고 있는 건지 알 길이 없으니 공연히 더 불안해졌다"고 1년 전 훈련을 회상했다.
두려움은 기술 진보의 가장 큰 적이다. 마음이 급해져 오버 페이스를 할 수도 있고 지레 지쳐 포기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체 훈련의 경우 반대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한다. 포지션 경쟁을 벌이는 선수와 간접 비교에서 뒤지고 있다는 두려움은 종종 실제 이상의 피로도로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홍성흔은 그런 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답을 내놓았다. "결과는 어차피 시즌에 들어간 뒤 나오게 돼 있다. 동료들의 페이스나 기술을 잘 보고 좋은 것이 있다면 보고 배워 내것으로 만든다고 생각 하면 편해질 것 같다. '뒤처지는 것 아닌가' 하는 마음을 먹기 보다는 옆에서 지켜보며 배울 수 있어 좋다는 기분을 가지는 것이 좋다. 혼자 훈련하면 절대 얻을 수 없는 혜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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