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CF' 수억짜리 수입원이 PD 손에 달린 셈

수억 챙긴 前 KBS PD 구속… 'PD 뇌물 비리' 왜 계속되나
얼굴 조금 알려져도 4~5곡 립싱크 행사비 1000만원
톱스타 둔 기획사도 뇌물 상납 … "비리사슬 못끊어"
  • 등록 2008-08-14 오전 9:26:16

    수정 2008-08-14 오전 9:26:16

[조선일보 제공] 전 KBS PD 이 모(46)씨가 연예기획사들로부터 수억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11일 구속되면서 방송계와 가요계가 또다시 술렁이고 있다. 이씨에게 수천만원씩 준 것으로 지목된 기획사 대표들은 물론, 연예계 전체가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은 방송 3사 간부급 PD들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어, PD 비리 사건은 점점 확대될 전망이다. KBS는 물론 MBC, SBS 등 공·민영 방송을 불문하고 혐의설이 돌고 있는 '일부 예능 PD'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예능PD 비리는 잊을 만 하면 불거져 나온다. 음반시장은 바닥 모르고 추락하는데 가수 기획사들의 뇌물청탁은 왜 사라지지 않을까.

뇌물을 주는 기획사들의 주요 목적은 '음반 판촉'이 아니다. 얼굴을 알려서 '행사 몸값'과 CF 모델료를 높이려는 것이다. '행사'란 기업 이벤트나 관공서·지방자치단체 행사, 대학축제 등을 뜻한다. 조금 알려진 신인이라면 기업 이벤트에서 노래 4~5곡 부르고 1000만원 가량을 받는다. 이것도 CD를 틀고 립싱크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CF 모델료는 말 그대로 천차만별이지만, 역시 연예인과 기획사의 주요 수입원이다. A연예기획사 대표는 "정규음반, 미니음반, 디지털 포함해 새 음악이 하루 평균 14건이나 쏟아진다고 한다"며 "그런데 채널은 딱 세 개뿐이니, 돈 바쳐서라도 얼굴을 알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대상에 오른 PD들은 버라이어티 쇼 담당 출신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연예기획사들이 신인을 일단 가수로 데뷔시킨 뒤, 버라이어티 쇼 패널이나 개그맨, MC 등으로 키우기 때문이다.

연예기획사들의 '뇌물 로비'는 신인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씨 구속영장에는 박진영·비·god·쥬얼리 등 인기 연예인 실명이 등장했다. 이들이 각각 소속된 기획사 대표들로부터 이씨가 돈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2004·2005년 DSP엔터테인먼트 대표 이모씨로부터도 돈을 받았다. 당시 DSP엔 이효리가 소속돼 있었다.

인기스타의 기획사가 PD들에게 돈을 주는 것은 '관리 차원'이다. B연예기획사 대표는 "'용돈'을 주고받는 사이는 이미 PD와 기획사가 인간적으로도 매우 친해진 상태"라며 "그렇지만 '관리'를 소홀히 하면 신인을 띄워야 할 때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PD와 기획사 간 '뇌물 사슬'이 끊어지지 않는데도 방송사의 자정노력은 '전무(全無)'에 가깝다. 지난 2002년 PD와 연예계 인사 등 16명이 구속됐을 때도 자정운동에 나선 것은 일부 기획사들이었다. 방송사는 비리 사건이 들춰질 때만 반짝 몸을 사리고 '일부 PD의 문제'라는 식으로 대응했다. 이들은 방송사를 퇴직한 후 연예기획, 제작사에 입사하거나 스스로 차려 방송사에 '납품'을 계속한다.

구속된 이씨가 뇌물을 받기 시작한 것도 2002년 7월 PD 비리 사건 이후 2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씨는 도박으로 17억원을 잃었고, 차명·실명계좌에 총 50억원 가량이 입금됐었다. 지난 2002년 PD 비리 사건 당시 MBC PD 은 모씨는 쏘나타 승용차와 9500만원 상당의 금품·향응을 받았고, 역시 MBC PD 황모씨의 수뢰액은 7000여만원이었다. 당시에는 수표를 넣은 담뱃갑을 건네 받는 등 '고전적 수법'이 이용됐지만, 이번에 구속된 이씨는 차명계좌 3개에 돈을 나눠 받았다. C연예기획사 대표는 "로비 풍토는 갑을(甲乙)관계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나 있는데 연예계가 유독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 같다"며 "받아먹고 도와주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구속된) 이씨는 '개스가 있는'(받은 만큼 잘 밀어준다는 의미의 은어)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비리를 원천봉쇄할 뾰족한 대안은 사실상 없는 형편이다.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강미은 교수는 "시장원리에 의해 일종의 시스템처럼 굳어진 비리 사슬이어서 고리를 끊기가 정말 힘들 것"이라며 "사실상 방송사와 PD들의 자정 노력 외에 사전예방책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초췌한 얼굴 尹, 구치소행
  • 尹대통령 체포
  • 3중막 뚫었다
  • 김혜수, 방부제 美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