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기자석] '제 2의 피아퐁' 탄생을 기대하며

  • 등록 2007-08-07 오후 2:24:13

    수정 2007-08-07 오후 2:24:13

[이데일리 SPN 김성준 명예기자] 지난 4일 열린 2007 K리그 올스타전에서 반가운 손님을 볼 수 있었다. 역대 K-리그 득점왕들의 모임인 '황금발 클럽'의 초청으로 스페셜 매치에 출전한 ‘태국산 코브라’ 피아퐁이었다.

피아퐁은 지난 1984년부터 86년까지 3년간 FC 서울의 전신인 럭키금성 축구단에서 활약한 당대 최고의 용병이었다. 특히 85년에는 12골 6어시스트로 득점왕과 어시스트왕을 차지하는 놀라운 성적을 올렸다. K리그에서 한 시즌에 득점과 도움 부문을 동시에 석권한 선수는 그와 87년의 최상국(포항제철) 뿐이다.

21년 만에 K리그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피아퐁을 보면서 ‘제2의 피아퐁 탄생’을 생각했다. 단순히 향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축구 산업과 연관해서였다.

축구가 더 이상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거대한 산업이라는 사실은 이제는 대부분 인식하고 있다. K리그 구단은 축구라는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해 이윤을 창출하는 하나의 기업으로서 존재해야 하고, 선수는 구단의 소중한 자산이자 수입원이라는 생각도 일반화하고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제 2의 피아퐁’의 필요성을 제기할 수 있다. 최근 K리그에는 브라질 출신 외국인 선수들이 득세하고 있다. 피아퐁 이후 동남아 출신 외국인 선수는 없었다. 구단들이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단들은 선수를 활용한 수익 극대화보다는 당장의 성적 향상을 위해 투자하는 경향이 높았다.

이런 면에선 브라질 출신 선수들의 효용가치는 높다. 몸값은 비교적 저렴하고 실력은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들의 공헌도에 따라 팀 성적이 좌지우지되는 것이 현실이다. 구단들의 입장을 이해할 순 있다.

하지만 동남아 선수들은 수익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고려해 볼 가치가 있다. ‘제 2의 피아퐁’급의 동남아 선수가 K리그에서 뛴다면 그 나라 국민들의 관심이 K리그에 향하게 될 것이고, 중계방송까지 기대할 수 있다. 또 동남아 선수를 영입한 구단의 레플리카 판매도 급증할 수 있다. 구단 수익은 물론, 동남아에 K리그 팬들이 늘어나는 효과까지 거둘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한 2007 아시안 컵에서 나타난 것처럼 동남아 선수들의 실력도 무시할 만은 없는 수준이었다. 8강에 진출한 베트남을 비롯, 우승팀 이라크와 1-1로 비긴 태국 등의 선전을 통해 아시아 축구가 점점 평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 국가의 톱클래스 수준의 선수라면 K리그 적응도 크게 어렵지 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최근 동남아 출신 선수들을 영입하려는 인천 구단의 움직임이 그래서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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