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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호 칼럼니스트] 최근 이어진 핌 베어벡 국가 대표팀 감독의 발언은 나에게도 관심사였다. 2007 아시안컵 4강 진입 여부에 따라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발언이나, 김두현에 대한 개인적 질책, 그리고 K리그 일정에 대한 불만 토로 등 어느 것 하나 축구인으로서 간과하기 어려운 말들이었기 때문이다.
베어벡 감독의 말은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파악하고 이해해야 하지만 단편적으로 전달되는 이야기만 들으면 한편으로는 유감스럽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답답했다. 하지만 베어벡 감독 발언 관련 논란은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서 이뤄져야 할 부분들을 새삼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김두현에 대한 개인적인 질책은 베어벡 감독이 어떤 의도를 갖고 했든 유감스러웠다. 평소에도 김두현이 대표팀에 들어가면 평소 그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출장 기회도 제대로 얻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어릴 때부터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받아들이는 풍토가 조성되어 있는 유럽과 달리 유교문화가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는 한국사회에서는 감독의 개인적인 질책이 선수의 마음을 더 상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됐다. 미리 선수에게 공개적으로 지적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줬다고 해도 마음의 상처는 남아 있을 것이다. 감독과 선수간의 신뢰 관계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베어벡 감독과 김두현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된 셈이다.
더불어 아시안컵 4강 진출 여부에 따라 자신의 진퇴를 결정하겠다는 말은 한국 축구가 유럽 지도자를 영입해 온 이유를 생각하게 했다. 베어벡 감독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한국 축구의 수준을 이 정도로 여기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 그러나 이는 여기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경기에 나가선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단지 한 대회에서 성과를 올리기 위해 외국인 지도자를 데리고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는 2030년까지 여자축구를 세계 최강, 2050년에는 월드컵 단독 개최 및 월드컵 우승 등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차근차근 접근하는 일본을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장의 대회에서 소기의 성적을 올리지 못한다면 문제가 있지만 많은 돈을 들여 영입한 외국인 지도자에게 항상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만족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베어벡 감독의 K리그에 일정에 대한 불만은 이해할 수 있다. 3, 4, 5월에 집중된 프로리그 일정은 선수 부상, 경기의 질 저하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누차 이야기한 바 있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있는 대표팀 감독으로서 선수들이 컨디션이 저하된 상태에서 대표팀에 소집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갑갑했을 것이다. 김두현의 부진도 K리그, AFC 챔피언스리그, 국가대표 경기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비롯된 면이 있다.
일정 관련 문제는 프로리그 및 국가 대표 일정을 전년도 9월까지 정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면 감독은 자신의 의견을 밝히거나, 그 일정에 맞춰 국가대표팀의 훈련 계획을 수립, 제대로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어벡 감독은 뒤늦게 컵 대회 관련 일정을 전해 듣고 대책이 없었다고 했다.
리그 일정을 정하는 과정에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해야 할 몫도 크다. 기술위원회가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바람직한 프로 리그 일정에 대해 고민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게 필요한 것이다. 경기력에 관한한 협회의 여타 행정부서보다는 기술위원회가 훨씬 더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요즘처럼 기술위원회가 논의 과정에서조차 빠져 있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북한 축구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하는 위업을 이룬 뒤 몰락하다시피 한 이유도 제도화 등을 통해 축구의 전체적인 질을 높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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