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전용준 칼럼니스트]
‘11명보다 1명.’
브라질 축구팬들에게 널리 회자되고 있는 말 중 하나다. 구단이 성적이 나빠져서 선수 핑계를 대거나 감독이 선수 핑계를 대면 흔히 이런 말들을 쓴다.
11명의 선수를 자르는 것 보다는 감독 1명을 경질시키는 것이 구단 분위기 쇄신을 위해 훨씬 좋고 효율적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브라질팬들은 이런 이야기들을 몸소 실천으로 옮긴다.
올해 코린티안스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코린티안스 축구팬들은 지난 1월부터 진행된 주 리그에서 팀 성적이 좋지 않자 감독을 비토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브라질 대표팀 감독까지 지냈던 레옹 감독은 4월초 팬들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팬들은 경기 전날 훈련 중인 연습장에 빗자루를 들고 난입, 선수들 앞에서 모조리 쓸어버리겠다는 제스처로 신나게 빗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에 당황한 선수들은 훈련을 중단했고 경비원들이 동원되어서야 가까스로 사태를 수습할 수 있었다.
팬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구단 사무실 앞에서도 빗자루와 마대자루, 긴 손잡이가 달린 솔 등으로 바닥을 문지르며 사장 퇴진을 요구했다. 그 와중에 유리창이 박살하는 등 구단은 많은 피해를 입었다.
구장 내에서도 전쟁이고 구장 밖에서도 전쟁인 브라질 축구 현실에 비하면 한국 감독들이나 선수들은 참 행복하다는 표현이 맞을 듯 하다.
/상파울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