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야드 장타자 타와타나낏 '메이저 퀸' 등극..신인 14번째 메이저 우승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
1984년 줄리 잉스터 이후 37년 만에 루키 우승
2000년 카리 웹 이후 21년 만에 와이어투와이어 기록
10타 줄인 리디아 고 2위, '뒷심' 김세영 공동 3위
세계랭킹 1~2위 고진영·박인비 나란히 공동 7위
  • 등록 2021-04-05 오전 9:33:41

    수정 2021-04-05 오전 9:33:41

패티 타와타나낏이 2번홀에서 칩인 이글에 성공한 뒤 주먹을 쥐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22세의 신예 패티 타와타나낏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시즌 첫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310만달러)를 제패하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타와타나낏은 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 미라지의 미션힐스 컨트리클럽 다이나 쇼어 토너먼트 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에 버디 2개를 잡아내 4언더파 68타를 쳤다. 나흘 내내 60타대 성적을 거두며 합계 18언더파 270타를 친 타와타나낏은 이날만 10타를 줄이며 추격해온 리디아 고(뉴질랜드·16언더파 272타)의 추격을 2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타와타나낏은 이날 우승으로 1984년 줄리 잉스터(미국) 이후 처음으로 루키 신분으로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했고, 나흘 내내 선두를 지키며 2000년 카리 웹(호주) 이후 21년 만에 공동 선두 없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는 첫날부터 경기 끝날 때까지 줄곧 선두를 지키며 우승한 기록이다.

지난해 데뷔해 올해까지 신인 자격으로 LPGA 투어에서 뛰는 타와타나낏은 신인으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14번째 선수가 됐고,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프로 첫 승을 올린 6번째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타와타나낏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화려한 성적을 올린 유망주다. 미국 UCLA 대학 재학시절 아마추어 무대에서 7승을 올렸고 2학년을 마치고 2019년 프로로 전향했다. LPGA 시메트라(2부) 투어에서 3승을 거둔 뒤 지난해 LPGA 투어에 입성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두각을 보인 타와타나낏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아시아 허브와 세계화를 위해 후원하는 하나금융그룹의 눈에 띄며 후원 계약의 인연을 맺었다.

고교 시절 태국 대표로 활동한 타와타나낏은 국내 선수들과도 자주 경쟁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LPGA 투어의 또 하나의 역사를 쓴 타와타나낏은 이번 대회에서 남자 선수에 못지않은 괴력의 장타를 뿜어내 관심을 끌었다. 대회 첫날 드라이브샷 평균 291야드를 기록했고, 2라운드 339야드, 3라운드 348야드, 4라운드에서도 313야드를 쳤다.

장타력이 더욱 돋보였던 건 멀리 칠 뿐만 아니라 정확성까지 갖췄다. 나흘 동안 66%에 이르는 페어웨이 적중률로 장타자에게선 보기 드문 정확성까지 겸비했다. 평균 거리는 323야드를 기록했다. 바람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여자 선수가 평균 320야드 이상을 친다는 건 엄청난 장점이다.

장타자는 쇼트게임과 퍼트 등에서 약점을 보이는 선수가 많지만, 타와타나낏은 이번 대회에서 83%가 넘는 그린적중률을 보였다. 장타와 그린적중률 모두 이번 대회 1위에 이름을 올렸다. 1라운드에서만 32개의 퍼트를 했을 뿐, 2~4라운드에선 퍼트를 29개, 28개, 30개만 기록하는 수준급 퍼트 실력까지 선보였다.

두둑한 배짱과 집중력도 돋보였다. 5타 차 여유 있는 선두로 최종일 경기에 나선 타와타나낏은 경기 초반 박인비와 리디아 고가 3타를 줄이며 추격해오자 2번홀(파5)에서 칩인 이글을 잡아내며 달아났다. 경기 초반 흐름을 빼앗기지 않는 발판이 됐다.

경기 중반에는 10타를 줄이며 추격해온 리디아 고에게 2타 차로 쫓기며 역전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작은 실수라도 나오면 역전을 허용할 분위기였으나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며 선두를 지켜냈다.

경기 후반 위기가 계속됐다. 14번홀(파3)에서 티샷이 그린을 지나 러프에 멈췄으나 칩샷으로 공을 홀 바로 앞에 붙이면서 파를 기록, 위기에서 벗어났다.

15번홀(파4)에서도 티샷이 페어웨이 오른쪽 러프에 떨어지는 위기를 맞았고, 그린 앞에서 굴린 공이 홀을 지나쳐 쉽지 않은 파 퍼트를 남겼다. 하지만, 약 3m 거리에서 친 파 퍼트가 홀을 돌고 들어가면서 또 한 번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17번홀(파3)에서도 티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으나 칩샷으로 공을 홀 바로 앞에 보낸 뒤 가볍게 파를 지켰다.

2타 차 선두로 마지막 홀에 선 타와타나낏은 18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며 사실상 우승을 확정했다.

선두에 8타 뒤진 공동 6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리디아 고는 이날만 10타를 줄이며 맹추격했으나 아쉽게 역전에는 실패했다. 보기 없이 이글 1개에 버디 8개를 뽑아냈다.

김세영(28)은 이날 6타를 줄이며 합계 11언더파 277타를 쳐 넬리 코다(미국), 펑산산(중국) 등과 함께 공동 3위에 올랐고, 세계랭킹 1위 고진영(26)과 2위 박인비(31)는 나란히 10언더파 278타를 쳐 공동 7위로 대회를 마쳤다.

타이틀 방어에 나선 이미림(31)은 합계 9언더파 279타를 쳐 공동 9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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