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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논현동 그의 작업실에서 만난 김태성 음악감독은 “‘그날이 오면’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서 거대한 흐름을 만든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고 밝혔다.
‘1987’은 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고 이한열 최루탄 사망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비록 비극적인 현대사를 언급하지만 두 열사의 희생을 계기로 민주화 불씨를 일으킨 보통 사람, 보통 영웅들의 이야기다. 장준환 감독과 김태성 음악감독이 ‘그날이 오면’을 합창으로 기획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였다.
합창으로 설정은 했지만 문제는 예산이 부족했다. 이러한 고민을 전해듣고 이한열 합창단에서 먼저 손길을 내밀었다. 1986번부터 2017학번까지 150명이 모여서 연세대에서 녹음했다.
“이한열 합창단의 노래를 들으며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존경심을 느꼈어요. ‘1987’에 남북문제를 다룬 ‘강철비’까지 작업할 때여서 다른 때보다 더 정신적인 부담감이 컸는데 노래를 듣는 순간 모든 압박감을 내려놓고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영화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은 마음이었을 거예요. 박종철 열사와 이한열 열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고 미약하나마 그분들과 유족들을 위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했어요.”
김태성 음악감독은 대학에서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다. 혹자는 클래식 음악과 영화음악의 연결 고리를 궁금해하지만 클래식 작곡을 한 것도 음악감독이 되기 위한 과정이었다. 유년 시절 ‘시네마 천국’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미션’ ‘러브 어페어’ 등 영화의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엔니오 모리꼬네에 매료돼 음악감독의 길을 걷기로 한 그는 2001년부터 영화음악 일을 시작, 2004년 개봉한 ‘안녕 유에프오’라는 작품으로 음악감독 데뷔했다.
김태성 음악감독이 음악감독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한 건 ‘가루지기’(2008)를 작업하면서다. ‘가루지기’는 흥행에서 재미를 못 봤지만 그 작품을 계기로 김태성 음악감독은 충무로가 선호하는 음악감독이 됐다. 그는 ‘시라노;연애조작단’ ‘최종병기 활’ ‘명량’ ‘한공주’ ‘검은 사제들’ 외에 다수의 작품을 작업했다. 지난 겨울 ‘1987’ ‘강철비’를 작업한 그는 올해 ‘골든슬럼버’(감독 노동석) ‘사바하’(감독 장재현)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 ‘우상’(감독 이수진) 등으로 작업을 이어간다. 그는 음악감독에게 중요하는 것은 첫째도 스토리, 둘째도 스토리로 꼽으며 “음악이 영화의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도와주느냐가 관건이다”고 얘기했다.
가장 먼저 선보이는 ‘골든 슬럼버’는 동명의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한 남자의 도주를 그린다. 이 영화에 비틀즈의 ‘골든 슬럼버’ 리메이크 곡이 실렸다. 김태성 음악감독은 “내가 한 작품에 비틀즈의 노래가 실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신기해하며 “영화를 보면 깜짝 놀랄 만한 반가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이제야 그 사람이 작업하면 영화가 좀 더 재미있어진다는 신뢰는 준 것 같은데 아직도 내공이 많이 부족해요. 스토리에 꼭 어울리면서 음악적 완성도도 높은, 그런 음악감독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