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골프채널 있다면…외할머니께 우승 보여주고파

"우승 땐 가장 기뻐해주시던 분
돌아가신 사실 아직 안 믿겨
코치교체, 스윙 과감히 바꿔
"퍼팅만 도와주면 승산 충분"
  • 등록 2016-10-12 오전 6:32:07

    수정 2016-10-12 오전 8:11:08

유소연(왼쪽), 캐머런 맥코믹(사진=갤럭시아SM 제공)
[영종도=이데일리 스타in 조희찬 기자] “하늘에 계신 할머니께 우승으로 기쁨을 드리고 싶다.”

유소연(26·하나금융그룹)은 11일 2016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을 앞두고 인천 영종도 스카이72CC(파72·6364야드)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유소연에게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외할머니 질문이 나왔다. 유소연은 외조모의 작고 사실을 지난달 레인우드LPGA 클래식 대회를 앞두고 알았다. 그는 장례식 내내 외할머니의 영정사진 앞을 홀로 지켰다.

덤덤하게 인터뷰를 이어가던 유소연의 얼굴에 결국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옆에 있던 렉시 톰슨(미국)이 휴지를 건네야 할 정도였다. 크게 숨을 들이 쉰 유소연은 “아직도 외할머니가 이 세상에 계시지 않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힘든 시간이었지만 할머니가 다행히 내가 한국에 있을 때 돌아가셔서 가는 길을 배웅해 드릴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유소연과 그의 외할머니의 추억은 각별하다. 유소연은 태어났을 때 조부모는 모두 돌아가신 후였다. 외할머니만이 유일하게 부모와는 다른 차원의 사랑을 유소연이 느끼게 해줬다.

유소연은 “부모님의 사랑과 조부모의 사랑은 많이 다르더라. 내가 우승하면 가장 기뻐했던 분이 할머니다. 날 위해 항상 기도해주시던 분”이라며 “연세가 많으셨지만 항상 골프채널을 틀고 내 모습을 지켜보셨다”고 털어놨다.

때문에 이번 대회를 앞둔 그의 각오는 남다르다. 2014년 캐네디언 퍼시픽 여자 오픈 이후 우승 소식이 없지만 꾸준히 상위권에 들어왔다. 지난달 열린 여자골프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선 준우승의 성적을 거뒀다.

유소연은 “1년 만에 또 참가하는 대회다”라며 “나의 스폰서가 여는 대회며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다.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승을 위해 스윙에도 과감히 손을 댔다. 유소연은 얼마 전 남자골프 세계랭킹 4위 조던 스피스(미국)의 코치 캐머런 맥코믹과 손을 잡고 기술적인 면을 손보고 있다.

주변에선 우려를 나타냈다. 우승만 없었을 뿐 모든 부문에서 상위권 지표를 나타내고 있었기 때문. 2015년 상금 순위 8위(129만2395달러), 그린 적중률 4위(75.70%), 파온 시 홀당 평균 퍼팅수(GIR) 19위(1.79)로 부족함이 없었다.

유소연은 “주변에서 내가 올해 코치를 바꾼다고 하자 많이 걱정했다. 우승은 없었지만 꾸준했고 올림픽도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라며 “그러나 안주하지 않고 계속 변화하려 했다. 덕분에 롱게임이 많이 좋아졌다. 퍼팅만 도와준다면 우승도 노릴 수 있는 컨디션이다”고 말했다.

유소연은 “어머니를 포함해 모든 가족들이 아직도 외할머니로 인해 힘들어하신다”며 “하늘에 계신 할머니께 우승으로 기쁨을 드리고 가족들에게도 힘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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