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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크러시’ 내세운 예능가 우먼파워
‘걸크러시’라는 신조어를 중심으로 예능프로그램에서 우먼파워가 강해지고 있다. 여성이 선망하는 여성상, 혹은 지성 등에서 뛰어난 여성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제는 여성 중심의 예능 캐릭터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됐다. 아름다운 외모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강한 여성’ ‘능력이 뛰어난 여성’ 등이 부각됐다.
장수하는 여성 예능프로그램도 많다. 방송인 이영자가 MC를 맡고 있는 케이블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현장 토크쇼 택시’는 지난 12일 423회가 방송되며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스타가 택시에 탄 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다른 프로그램에서 하지 못했던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내 인기다. 이밖에 배우 이하늬를 내세운 온스타일 ‘겟잇뷰티’, 박수진 김민정이 MC를 맡은 올리브채널의 ‘테이스티 로드’ 등도 생명력이 길다. 이들은 여성의 관심도가 높은 뷰티와 맛집 등을 소개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예쁘장한 외모로 방송에 출연해 박수만 치던 시대는 끝났다. 그동안 예능프로그램을 이끌어온 남성 예능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자신만의 강점을 내세울 줄 아는 이들이 대세다. 중년 여성을 힙합 서바이벌의 경연장으로 끌어낸 종합편성채널 JTBC ‘힙합의 민족’, 여성 출연자들의 솔직한 토크가 돋보이는 웹예능프로그램 ‘마녀를 부탁해’ 등은 ‘여성’을 전면에 내세워 인기를 끄는 콘텐츠다. 장르 개척도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방송인 김숙은 JTBC 예능프로그램 ‘님과 함께2’에서 개그맨 윤정수와 가상 부부로 출연 중인데 순종적인 모습이 아닌 가모장적인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고 ‘숙크러시’라는 별칭을 얻었다. 성치경 JTBC CP는 “‘님과 함께2’이 인기 있는 것은 김숙이 키를 잘 잡고 있는 덕분이다”라며 “이전의 여성 캐릭터와는 달리 보는 분들의 속을 뻥 뚫리게 하는 시원시원한 사이다같은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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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여성은 대다수의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고 있다. MC가 아닌 패널로 출연해 간단한 의견을 첨하거나 공개 개그프로그램에서 슬랩스틱 코미디를 펼치는 것에 그친다. 여성을 중심에 세워 인기를 끌었던 MBC 예능프로그램 ‘진짜사나이-여군특집’의 경우 스페셜 방송인데다 방송에서 비추는 것은 ‘거친 남자들의 세계에 들어온 미녀 배우’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2015년 예능계 최고 화제였던 ‘쿡방’ 열풍에서도 배제됐다. ‘쿡방’에 출연하는 셰프는 대부분이 남성으로 채워졌다. ‘요리하는 섹시한 남자’(요섹남), ‘뇌가 섹시한 남자’(뇌섹남) 등 남성 출연진을 중심으로하는 신조어가 쏟아졌으나 여성의 자리는 없었다.
과거 예능프로그램에서 우먼 파워는 강했다. 방송인 김미화는 ‘쓰리랑부부’ 등의 인기로 1990년 KBS 코미디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경실은 1994년 MBC 방송대상 코미디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금의 연예대상이다. 이밖에 이영자, 조혜련 등 1세대 개그우먼들은 개그프로그램과 버라이어티쇼 등을 전전하며 활약했다.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 여걸식스’(2005)와 ‘무한도전’의 여성 버전인 ‘무한걸스’(2007년) 이후 영향력이 사그라졌다. ‘개그콘서트’ 등 공개 개그프로그램을 통해 신인이 등장했으나 생명력이 짧았다. 연말 연예대상에 이름을 올리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외모지상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해 비난받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여성단체들은 케이블채널 tvN의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인 ‘렛미인’에 대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과도한 성형수술을 조장하고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방송이 여성의 외모만 조명해 시청자에 그릇된 인식을 심어준다는 지적이었다. ‘렛미인’은 이후 새로운 시즌을 제작하지 못하고 있다.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의 MC 성비는 4:1 정도로 남성 편중이 심하다. 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드물고 일회성이거나 보조하는 것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사회적인 성역할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제작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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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지난해 방송 예능프로그램의 트렌드는 ‘남성’이었다”라며 “방송에 출연하는 여성들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거나 군대 등 남성성이 강한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이 강조됐다. 쿡방 열풍이 거셌던 것도 따져보면 남성 셰프를 중심으로 한 성 역할의 역전에서 오는 쾌감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방송가에 남성이 넘쳐나다 보니 식상함을 느끼는 시청자가 늘고 있다. 그러면서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이들에 초점에 맞춰진 방송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예능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드라마, 뉴스 등 방송가에서 여성의 역할은 앞으로 계속 강조될 것이며 이를 조명하려는 움직임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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