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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성주가 지난해 MBC ‘2015 연예대상’에서 남긴 수상 소감이다. 그는 “예능인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와 고통 속에서 약을 먹어가며 웃기려 애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냥 즐거워 보이는 예능인들의 속살을 드러낸 말이었다.
최근 예능인들의 연이은 건강 적신호가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방송인 전현무가 지난 27,28일 목 상태 악화로 생방송 되는 MBC 라디오 ‘굿모닝FM 전현무입니다’에 불참했다. 개그맨 문천식이 전현무의 빈자리를 채웠다. 전현무는 SNS에 “들어오는 일들을 모두 감사히 잘해내자는 게 제 초심인데 감사히는 해왔지만 무리하다보니 다 잘해내진 못했다”는 글로 청취자들에게 사과했다.
예상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다. 전현무는 지난 1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성대 결절을 진단 받았다. 당시 전문의는 휴식·치료를 권했다. 전현무는 “쉴 수 없다”며 “매일 아침 라디오 생방송 2시간, 이후 방송 녹화 12시간 이상 일한다”고 답했다. 이후에도 전현무는 기존대로 스케줄을 이어갔고, 결국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해 11월에는 개그맨 정형돈이 출연 중이 프로그램에서 일제히 하차했다. 심각한 불안장애가 이유였다. 늘 여유롭고 유쾌한 모습을 보여줬던 그이기에 팬들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3개월이 지난 지금 그는 가족과 함께 호주에 머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앞서 개그맨 이경규, 방송인 김구라 등이 공황장애를 호소해 놀라움을 안겼다. 이밖에도 빠듯한 스케줄로 인해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예능인들의 직업적인 스트레스도 무시할 수 없다. 예능인들은 매번 남을 웃겨야 하는 직업이다. 또한 대중과 가장 밀접한 예능프로그램의 특성상 보다 빨리 트렌드를 반영해야 한다. 예능인은 쉼 없이 웃는 모습을 보여주고, 예민하게 대중의 반응을 포착해야 하는 일종의 ‘감정 노동자’다. 유난히 정신적 고통을 겪는 이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알려진 스타들 외에도 강박증이나 대인기피증을 지닌 채 남모를 속앓이를 하는 예능인들이 꽤 많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그 가운데 제작 환경은 여의치 않은 편이다. 상업영화 1편에 30억 원 이상 투입되는 데 비해 예능프로그램 1편에 투자비용은 1억 원 상당이다. 분량으로 비교해도 예능프로그램에 투입되는 비용이 훨씬 적다. 또 매주 제작이 되기 때문에 기획, 촬영, 편집, 홍보 등이 동시에 진행된다. 출연진, 제작진 너나할 것이 없이 빠듯한 스케줄이다. 한 외주프로그램 제작사 관계자는 “스태프들의 업무량도, 그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방송계 관계자들은 해결책으로 예능프로그램 시즌제 활성화를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케이블채널 tvN ‘꽃보다’ 시리즈다. 지난 2013년 ‘꽃보다 할배’ 유럽편이 방송된 이후 비정기적으로 방송되고 있다. 한 지상파 PD는 “예능프로그램의 끝은 아름답지 못하다. 쓸쓸한 폐지밖에 없다”며 “시즌제가 활성화된다면 시간적 여유를 바탕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예능인을 비롯해 구성원들도 좀 더 만족스러운 작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능인이란 직업에 대한 달라진 시선을 요구하기도 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예능인들은 배우나 가수에 비해 친근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그것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예능인도 창의력을 요하는 직업이란 점이 간과된다. 직업에 대한 존중이 더해진다면 출연진, 제작진 모두 좀 더 보람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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