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두산과 롯데의 맞대결이 열리는 잠실구장. 장원준이 롯데 라커룸을 찾았다. 옛 동료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마침 복도 저 멀리서 장원준이 걸어오는 것을 본 강민호는 갑자기 장원준에게 달려가 무릎을 꿇고 손을 번쩍 벌린다. 그가 연신 외친다. “사랑합니다.”
장원준은 사랑의 세레나데를 받아주기는커녕 그런 강민호가 얄미운지 때리는 시늉을 한다. 장원준이 홈런을 얻어맞고 처음 강민호를 만난 날이었다.
시간을 2주 전으로 되돌려보자. 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두산의 경기. 장원준에겐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친정팀 롯데를 상대로 한 첫 등판이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장원준의 판정패. 5회까지 던지며 홈런 1개 포함 5피안타 5사사구에 4실점했다. 팀도 졌다.
당시 맞았던 홈런이 바로 절친 강민호에게 허용한 것이었다. 3-0으로 앞서던 2회 풀카운트 무사 1루에서 강민호에게 직구를 던지다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강민호는 이날 장원준을 상대로 시즌 첫 홈런을 기록한데 이어 이후 2개의 홈런을 더 때려 8타점을 올렸다. 강민호에겐 최고의 날이었다.
반대로 ‘패자’ 장원준은 독기가 올랐다. 장원준은 “약속은 약속이다”며 몸에 맞는 볼을 예고(?)했다. 장원준은 FA로 올시즌 두산에 입단한 후 강민호와 맞대결에 대한 각오를 밝힌 바 있다.
그때 장원준의 대답은 “일단 직구를 던지고, 그걸 홈런 치면 그 다음 타석에선 데드볼을 맞힐 생각이다”였다.
장원준은 약속대로 강민호에게 “몸쪽 조심하라. 등에 포수 장비를 차고 타석에 들어오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한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장원준은 18일 롯데전 선발로 예정돼 있다. 장원준이 “아두치는 어떻게 공략해야하냐”고 묻자 강민호는 재치있게 말을 돌린다. “아 요즘 테임즈(NC)가 던질 데가 없던데…”
장원준은 선발 등판에 앞서 “저번 롯데전에선 처음 사직구장에서 친정팀과 만나는 경기다보니 부담이 있었는데 이번엔 우리 홈구장이고 두 번째라 괜찮지 않을까 싶다. 롯데 타선은 요즘 다 (잘 맞아서)피해가야 한다”면서 “(양)의지 사인대로 던질 생각이다. 내 역할은 긴 이닝을 던지는 것이라 그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장원준과 롯데의 두 번째 맞대결, 그리고 절친 강민호와 장원준 절친 대결의 승자는 누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