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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해의 차이가 있겠지만, 이 영화는 공주보단 왕자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층 흥미로울 것 같다. 역대 디즈니 영화 속 왕자들이 ‘겨울왕국’을 극장에서 함께 봤다면 어땠을까. “진정한 사랑만이 마법을 풀 수 있어요”라는 말에 다들 ‘후훗’했을 거다. ‘역시, 결정적일 땐 백마 탄 왕자가 나와줘야’라며 자신들이 원샷을 받을 순간을 기다렸을 거다.
‘겨울왕국’이 재미있었던 건 간단했다. 만화 속 왕자들과 관객의 시선이 비슷해서가 아니었을까. ‘겨울왕국’은 빤하게 예상된 이야기를 곳곳에서 비틀었다. 숨은 포인트를 몇가지 찾아보자.
‘겨울왕국’의 주인공은 아란델 왕국의 왕비가 된 엘사와 그의 여동생 안나다. 엘사는 어려서부터 마법을 타고났다. 그의 손끝에선 모든 걸 얼음으로 바꾸는 힘이 나왔다. 만지는 것마다 꽁꽁 얼게 만드는 마법 때문에 어려서부터 성인이 될때까지 성문을 굳게 잠구고 사람과의 접촉을 피했다. 하지만 온 세상 사람들이 그의 마법을 알게 됐고, 더 이상 자신을 숨기고 살지 않게 된 엘사는 북쪽 산속으로 들어가 자신만의 얼음왕국을 세우고 자유를 만끽한다. 안나와 아란델 사람들은 엘사를 찾아나섰고, 꽁꽁 얼어붙은 나라의 마법을 풀기 위해 엘사를 설득한다.
엘사가 마법을 통제할 줄 아는 힘을 갖게 된 데는 안나의 몫도 있었다. 진정한 사랑을 느낄 때, 마법이 풀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사람이 안나였기 때문. 이 역시 신선한 플롯이다. 진정한 사랑이 왕자와의 키스가 아닌, 자매애라는 데 반전이 있다. 위기에서 엘사를 구한 것도 안나의 목숨을 건 희생정신 덕이었다. 그 동안 공주들이 자신을 대신해 위기를 맞은 왕자를 안고 흐느꼈던 것과 달리 엘사는 자기가 쓴 마법에 심장이 얼어붙게 된 안나를 안고 울었다. 그 눈물에 담긴 진정한 사랑의 힘에 안나는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
‘겨울왕국’은 만화 속 존재감 강했던 악역의 비중을 낮춘 대신 친구의 소중함을 키웠다. ‘라이온 킹’의 스카나 ‘인어공주’,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마녀처럼 악의 축을 형성한 캐릭터가 뚜렷하지 않다. 뭔가 음모를 가지고 있는 자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내용의 기승전결 흐름을 바꿀 만큼 임팩트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 빈자리는 친구들이 채웠다. 엘사가 만든 살아 움직이는 눈사람은 자매의 어린 시절을 상징함과 동시에 따뜻한 감동을 안겼다. 추위에 떠는 안나를 벽난로 앞으로 데려간 눈사람은 “거기 있으면 넌 녹아버려”라는 말에 “친구를 위해선 없어져도 괜찮아”라고 사랑스럽게 말한다.
또 다른 매력덩어리들은 트롤이다. 영화의 배경이 된 스칸디나비아와 노르웨이 등 유럽지역에서 실제로 ‘사랑’이란 의미를 가진 신화 속 이미지에서 차용된 캐릭터들이다. 평소엔 바위처럼 보이는 트롤들은 ‘사랑 전문가’라 불리는 순수한 존재들이다. 엘사의 병을 낫게 해준 은인이기도 하고, 안나와 크리스토프를 연결시켜주기 위해 즉석 결혼식까지 만들어주는 능구렁이들이기도 하다.
눈을 뗄수 없게 하는 3D 영상미와 ‘렛 잇 고’를 비롯해 국내 음원차트를 강타한 OST, 감동과 반전의 스토리텔링까지 더해진 ‘겨울왕국’은 이번 주말 흥행가도의 정점을 찍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