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人 몸값 상한선, 깨면 더 강해진다

  • 등록 2012-12-18 오전 10:40:30

    수정 2012-12-18 오전 10:40:30

한화 새 외국인 투수 이브랜드. 사진=한화이글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사문화 돼 있는 한국 프로야구의 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화가 영입한 메이저리그 출신 좌완 투수 이브랜드가 90만 달러 이상을 받았다는 미국 현지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누구도 현재 한국 야구에서 30만 달러 상한선이 지켜지고 있다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야말로 명분만 남아 있는 규약이었다. 이제와서 몸값 어겼다고 트집 잡는 쪽이 오히려 이상해 보일 정도가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또한 30만 달러로는 좋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기 어렵다는 현실도 알고 있다. 다만 이 규제까지 없으면 외국인 선수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없애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또 이 규정이 없으면 구단의 재력에 따라 전력차가 크게 생길거라는 우려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더 먼 미래를 위해 이제라도 상한선은 폐지돼야 한다. 허울 뿐인 규제 보다는 발상의 틀을 깨는 개혁과 치열한 경쟁이 더욱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30만 달러 상한선을 없애면 몸값이 치솟고 전력 불균형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일정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시야를 좀 더 넓혀본다면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가능하다.

우선 외국인 선수 보유 제한 폭을 늘리는 것이 첫번째 대안이다. 공급가격이 높아지는 건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을 때 일어난다. 당연히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도 떨어지게 돼 있다.

일본은 외국인 선수 보유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다만 1군 등록은 4명(투수, 야수 중 한쪽만 4명은 불가)으로 제한하고 있다. 라쿠텐과 계약에 합의한 앤드류 존스처럼 연 3억엔짜리 특급 선수도 있지만 5000만엔 이하의 최저 연봉 선수들도 대거 1군에서 활약하고 있다.

재정이 탄탄하지 못한 구단들은 물론 특급 선수 영입에 나서기 힘들다. 하지만 자율 경쟁에 맡겨두니 이런 팀들도 나름의 살 길을 찾고 있다.

히로시마나 야쿠르트 같은 구단들은 일찌감치 남미에 야구 캠프를 만들어 현지에서 배출되는 선수들을 교육하고 있다. 야쿠르트의 야구 교실은 심지어 축구의 나라인 브라질에 있다. 일본 이민자들이 많은 환경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이 야구 교실에선 기본기 위주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 중 가능성 있는 선수들은 우리나라의 연습생 신분으로 계약, 체계적으로 지도한다.

이제는 메이저리그의 거물 중 하나인 알폰소 소리아노가 히로시마의 도미니카 야구 교실 출신이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주니치의 경우 매년 도미니카 윈터리그에 선수단을 파견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의 육성이 가장 큰 목적이지만 이와 함께 코치와 스카우트까지 현지에 파견, 외국인 선수들을 체크한다. 또한 세이부와 요미우리에서 활약중인 도밍고 마르티네스를 담당 스카우트로 고용, 1년 내내 선수들을 체크한다.

2004년 이후 주니치가 영입한 외국인 선수는 대부분 도미니카 출신이다. 메이저리그 출신들에 비해 훨씬 싸지만 그 이상의 결과를 늘 얻고 있다. 지난 2009년 퍼시픽리그 홈런왕와 타점왕을 차지한 블랑코 역시 이런 경로로 영입, 대박을 터트린 케이스다. 당시 블랑코의 연봉은 외국인 선수 중,하위권에 불과했다.

안되는 것을 먼저 생각하면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근시안적 사고에 갖혀 있으면 있으나 마나 한 몸값 제한 규정은 영원히 없애지 못한다. 그럼 그 시간 동안 추락하게 될 KBO의 위상은 어쩔 것인가.

규약은 KBO의 권위다. 추상같은 법 집행이 가능해야 스스로의 품격도 지킬 수 있다. 서른살이 넘어 선 한국 프로야구의 내구성을 믿고 더 큰 바다로 나아가야 할 때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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