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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은 여러가지 요인으로 발생한다. 김선빈(KIA)처럼 수비 도중 강습타구에 맞을 수도 있고, 타구를 잡으려다 펜스에 부딪혀 다치기도 한다. 자기가 친 타구에 맞는 경우도 생긴다. 대부분의 부상들은 미리 예방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피할 수 있는 부상도 있다. 바로 몸에 맞는 볼, 사구(死球)다. 때로 선수들에게 몸에 맞는 볼은 미덕으로 여겨진다. 팬들은 몸쪽으로 오는 공을 피하는 선수들을 보고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몸에라도 맞고 출루야지. 그걸 왜 피하냐. 투지가 없네." 보통은 공을 피하지 않고 출루하려는 정신력을 높이 사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한국시리즈 7차전이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이라면 그런 허슬플레이가 필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장기간의 페넌트레이스라면 단 한 번의 출루보다는 자신의 몸을 더 아껴야 한다.
최근 김성근 SK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충분히 피할 수 있는 볼도 피하지 않고 몸에 맞으려고 한다. 일부러 갖다 대는 선수도 있다. 일본, 미국 야구 관계자들이 그런 모습을 보고 웃더라"고 최근 늘어나는 사구에 대해 우려 섞인 발언을 했다.
최정은 8일까지 17개의 몸에 맞는 볼을 기록, 이 부문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김 감독은 이런 최정에 대해 "왜 맞아? 바보 같이"라며 야단쳤다. "예전에 2004년 한국시리즈에서 강동우(당시 삼성)가 안 맞았다고 팀에서 뭐라고 그랬다는데 다치면 누가 책임지나? 사구가 오면 피해야지"
말을 더 이어갔다. "선수들 스스로 어떻게든 다치지 않으려고 해야하는데,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피하지 않고 맞는다.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이후 몇 경기 출전이 어려울 수도 있다. 올시즌에도 많은 선수들이 그랬다. 개인적으로도, 팀으로도 얼마나 큰 피해인가." 몸에 맞는 볼은 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공에 맞아 부상을 당한다면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타자들은 늘 140~150km에 달하는 투수들의 공과 싸운다. 아무리 덜 아픈 곳에 맞아도 통증은 있기 마련. 큰 부상은 아니더라도 한동안 타석에서 밸런스를 유지하는데 문제를 될 수 있다. 실제로 올시즌 유독 몸에 맞는 볼로 부상을 당한 선수들이 꽤 있다.
KIA가 최근 고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상현은 지난 달 29일 넥센전에서 머리에 사구를 맞아 당분간 출전이 어렵고, 이용규 역시 최근 오른쪽 무릎에 공을 맞아 몇 경기 출전을 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 나지완 역시 몸에 맞는 볼로 다쳤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코치진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 장면이었다.
팀에 가장 큰 영향을 줬던 선수는 두산 손시헌이다. 시즌 초반 타격 1위를 달리며 상승세를 보이던 팀은 손시헌의 부상과 함께 내리막길을 탔다. 손시헌은 지난 5월 왼쪽 옆구리에 공을 맞아 부상을 당했다. 갈비뼈에 실금이 갔다는 진단이었다. 그가 그라운드에 복귀하기까지는 꼬박 두 달이 걸렸다.
피할 수 없다면 최대한 피해가 덜 가도록 해야한다. 공이 몸으로 날아오면 피하는 동작을 통해 덜 아프게 맞는 법을 익혀야 한다. 손시헌도 공에 옆구리를 맞을 당시 양 손을 드는 바람에 부상이 더 커진 케이스였다. 당시 김경문 감독 "공에 맞더라도 왼팔로 갈비뼈 부근을 막고 몸을 비틀어서 맞아야 하는데, 손을 들어버리는 바람에 약한 갈비뼈 부위에 공을 맞았다. 내가 그렇게 주의를 줬는데…"며 안타까워한 바 있다.
선수들의 가장 큰 재산은 바로 몸. 선수들이 자신의 몸을 스스로 아낄 줄 알아야 한다 선수 개인을 위해서든, 팀 전력을 위해서든 몸에 맞는 볼을 피하고 보는 게 상책이다. 굳이 피하지 않는 것은 투지가 아니라 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을 잃는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