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배우 문정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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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 "이렇게까지 망가질 줄은 몰랐다. 남편도 처음에는 한숨을 쉬더라. 그리고 `너 괜찮니?`라고 되려 물어봤다."(웃음)
배우 문정희(35)의 `굴욕`. 도시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문정희는 오는 31일 종영을 앞둔 KBS 2TV 주말극 `사랑을 믿어요`에서 `궁상 종결자`가 됐다. 일명 `뽀글이 머리`를 했고 남편이 입던 구멍난 셔츠도 입었다. 청소도 뒷전, 작가를 하고 나선 후에는 아이들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민폐 주부`의 대명사가 됐다. "슈퍼에 가면 등짝을 때리며 `살림을 왜 그렇게 해`라고 구박하시는 분도 있다." 문정희가 웃었다. 그가 맡은 역은 호랑이 같은 남편(권해효 분)의 기에 눌려 죽어 살다 결혼 생활 17년 만에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김영희다.
그래서 억울할 때도 있다. 문정희는 실제로 청소하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단다. 정리 안되는 것도 극도로 싫어한다. 결혼을 해서가 아니라 혼자살 때부터 볕이 나면 이불도 꼭 말렸다. "서로 성향이 다르다보니 김영희 연기가 힘들때가 있다." 문정희가 엄살을 부렸다. 다소 만화같은 김영희란 캐릭터를 위해 일부러 녹화장에서 뛰기도 하고 `푼수`처럼 행동할 때도 있다는 게 그녀의 말. 그리고 "김영희는 조정선 작가 얘기"라며 뒷담화도 들려줬다.
| ▲ 문정희와 권해효 커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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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정희도 `주부`다. 드라마 속 김영희는 종갓집 며느리로 남편과 시댁 눈치보느라 17년 동안 묵묵히 집안의 거름 역할을 했다. 그러다 뒤늦게 꿈을 이루기 위해 작가 일을 하려고 하지만 남편과 시댁의 핍박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17년 동안 헌신했는데 고작 6개월도 못참아주냐`는 절규도 했지만 돌아온 메아리는 없다. 문정희는 "남편 챙기고 아이 셋 낳고 그러면서 자신의 존재는 눌러지는 것들이 나도 결혼을 하고 나니 이해가 가 눈물이 나더라"고 김영희를 보듬었다.
그렇다면 실제 문정희의 결혼 생활은 어떨까. 문정희는 "우리 신랑은 이쁘고 다정다감한 사람"이라며 답을 망설이지 않았다. 그리고 "일단 내 일을 정말 존중해주고 좋아해준다"며 환하게 웃었다. 항상 칭찬일색이라 힘이 된다는 게 문정희의 자랑이다. 문정희는 극중 `밉상` 남편도 챙겼다. 문정희는 "싸움도 친해야된다. 권해효 선배와는 오래 전 연극할 때 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였고 연기 합이 잘 맞는다"며 "연기할 때 에너지를 오히려 받는다"고 말했다.
배우로서 김영희에 대한 애착도 컸다. 문정희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매니저에게 `이 역이 나한테 들어온 게 맞아?`고 거듭 물었다"면서도 "이제 어떤 역을 맡아도 두렵지 않을 것 같다"며 웃었다. 다소 극적인 캐릭터라 시청자 호불호도 엇갈렸지만 연극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캐릭터를 해석해야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 연기 공부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게 그의 말. 하지만 문정희는 "트위터에 올라온 글들을 보니 `문정희 왜 이렇게 망가졌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더라"며 "당분간 김영희 같은 캐릭터는 피할 생각"이라고 농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