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블로그] LG, 투혼보다 소통이 먼저다

  • 등록 2010-09-27 오전 9:25:55

    수정 2010-09-27 오전 9:26:01

▲ 박종훈 감독 [사진제공=LG]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박종훈 LG 감독은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지휘봉을 잡으며 세가지 테마를 팀에 심겠다고 했다. 혼(魂)창(創)통(通)이 그것이다.

한 경제학자 겸 기자의 저서로 더 유명한 혼(魂)창(創)통(通)은 팀이 승리할 수 있는 가장 뼈대가 되는 철학이기도 하다. 투혼을 앞세운 창조적인 플레이, 그리고 소통이 이뤄진다면 진정한 강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그렇다면 올시즌 LG는 이 세가지 테마 중 몇가지나 제대로 이뤄낼 수 있었을까.

우선 외부에서 느껴진 것들을 먼저 이야기해 보자.

투혼이 특별히 강조된 시즌이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팀의 에이스부터 막내 선수까지, 그라운드에서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모습이 보이면 즉각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박 감독은 시즌 내내 “싸울 준비”라던가 “맞붙어 이겨낼 수 있는 힘”이라는 말을 무척 많이 했다.

감독이 투혼을 강조하는 말을 자주 했다는 건 그만큼 선수들의 투지가 부족해 보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창조적인 플레이와 소통에선 별반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주루 플레이가 꽤 적극적이 된 것은 맞지만 이기는 데 도움이 될만한 수준으로 향상됐는지는 의문이다.

소통은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시즌 초반부터 감독과 선수들의 갈등이 인터넷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며 어려움을 겪었다. 불과 한 달여 전까지도 비슷한 일이 이어졌다.

감독이 틀린 말을 해서라기 보다는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작은 말에도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다. 어린 선수는 주눅들고 고참 선수는 비뚤어질 수 있는 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소통 없인 창조적인 플레이도, 투혼도 기대하기 어렵다.

박 감독은 취임 후 매일 저녁 경기 복기와 토론을 통해 창조적인 플레이와 소통을 시도했다. 하지만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듯 느껴진다.

그렇다면 박종훈 감독이 생각하는 LG의 혼(魂)창(創)통(通)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박 감독은 “모든 부분에서 이제 서로 간을 본 단계라고 생각한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 역시 소통의 문제를 가장 먼저 이야기 했다. “소통이 먼저였다.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면서 야구에 대한 감각과 생각을 키우고 그 속에서 창조적인 플레이가 나오길 원했다. 그 과정이 이뤄지면 투혼이 승부를 가른다고 봤다. 지난 1년간 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혼(魂)창(創)통(通)의 단어 배열과는 반대로 팀을 꾸리고자 했었다는 의미다.

한번 팀이 약체로 밀려나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당장 눈 앞의 적과 싸워야 하고 팀도 내실있게 키워내야 하기 때문이다. 둘 중 하나만 택할 경우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강팀이 되긴 어렵다.

올시즌 LG도 그랬는지 모른다. 소통을 기반으로 창조적인 야구를 하고, 그 위에 투혼이 덧씌워져야 했다. 하지만 반대로 투혼이 가장 먼저 강조되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눈 앞의 승리와 내실 키우기를 동시에 이뤄내려다 보니 매번 정신력만 강조되고 말았다. 정신력은 가장 만만해 보이지만 절대 쉽게, 또 말로만 이뤄지는 덕목이 아니다.

LG는 이제 다시 출발선에 섰다. 2002년 이후 9번째다. 그동안은 아무리 달려도 늘 그 자리였다. 제법 뛰는 듯 보였어도 결국 앞으로 나아간 적은 없다.

늘 출발선에 설 때마다 뭔가 새로운 걸 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제 더 중요한 건 처음의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이다. LG의 혼(魂)창(創)통(通)은 그때 비로소 완성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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