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8강)허정무호, 세트피스 `강점` 수비 `약점`

  • 등록 2010-06-24 오전 9:27:29

    수정 2010-06-24 오전 9:43:46

▲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한국 축구대표팀.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이데일리 SPN 이석무 기자]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을 달성했다. 한국은 2010 남아공 월드컵 조별예선 B조에서 난적 그리스를 꺾고 나이지리아와 비겨 조 2위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의 도전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남미의 복병'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을 시작으로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으로선 조별예선을 거치면서 좋았던 부분을 더욱 가다듬고 부족한 부분을 메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준비를 해야 한다.

◇ '3경기 5득점' 화끈한 득점력...세트피스 새 강자로 우뚝

조별예선 3경기에서 한국은 5골을 터뜨렸다. 이는 4강 신화를 이룬 2002 한일 월드컵을 포함해 한국의 역대 월드컵 조별예선 최다골 기록이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 처음 출전한 1954년 스위스 대회에서 무득점을 시작으로 1986년 멕시코 월드컵 4골,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1골, 1994년 미국 월드컵 4골, 1998년 프랑스 월드컵 2골, 2002년 한일월드컵 4골,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3골을 기록했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그리스와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2골을 넣은데 이어 최강 아르헨티나에게도 1골을 기록하며 화끈한 득점력을 과시했다. 조별예선을 모두 마친 A~D조 팀들 가운데서도 아르헨티나의 7골에 이어 D조 독일과 함께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이다.

최고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중인 박지성을 중심으로 박주영(AS모나코), 이청용(볼튼), 기성용(셀틱) 등 유럽무대에서 활약 중인 공격수들이 활발하고 유기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상대 수비진을 끊임없이 위협했다. 대표팀과 클럽에서의 풍부한 경험이 자신감으로 이어져 큰 대회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특히 돋보였던 것은 세트피스다. 한국은 조별예선 5골 가운데 3골을 세트피스 상황에서 만들어냈다. 중요한 순간마다 세트피스 골로 경기 분위기를 바꿨다. 그리스전 승리의 밑거름이 된 이정수의 선제골과 나이지리아전에서 터진 2골이 세트피스 득점이었다.

세트피스는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팀이 강팀을 잡을 수 있는 중요한 무기다. 객관적 평가에서 B조 최하위로 꼽혔던 한국은 이를 훌륭히 이용했다. 특히 철저히 약속된 플레이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세트피스다. 그만큼 많은 훈련에 의한 완벽한 호흡이 필요하다.

그리스전과 나이지리아전에서 터진 골은 선수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키커 기성용과 득점을 한 이정수 외에도 다른 선수들이 문전에서 다양한 플레이로 상대 수비수들의 시선과 움직임을 빼앗았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특히 이번 월드컵 공인구인 자블라니는 반발력이 크고 심해 다른 대회에 비해 프리킥 득점이 잘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데 박주영이 나이지리아전에서 멋진 프리킥 골을 성공시켰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연습이 있었다는 의미다.

◇ '3경기 6골' 불안한 수비...8강행 위한 최대 숙제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특히 수비 불안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은 조별예선 3경기에서 6골을 내줬다. 실점 상황 외에도 수비에서 불안한 장면을 자주 노출했다. 나이지리아전의 경우 2실점 모두 수비수의 직접적인 실수에 의해 나온 것이다.

포백 수비수들이 상대 공격수들을 자주 놓쳐 실점 위기를 자초한 것은 가장 큰 약점이었다. 거기에 미드필더들도 공격에 가담한 후 수비로 전환하는 속도가 느렸다. 미드필드에서 압박을 제대로 하지 못하다보니 수비 불안을 더했다.

수비가 강한 팀들을 보면 미드필드와 수비의 간격을 최대한 좁혀 상대 공격수들을 2~3명씩 둘러싸 공을 빼앗거니 패스길을 차단하는데 능하다. 하지만 한국은 미드필드와 수비 간격이 상대적으로 멀다보니 많은 공간을 내줬고 실점 위기에 더 노출됐다.

포지션을 놓고보면 오른쪽 풀백이 허정무 감독의 최대 고민이다. 허정무 감독은 그동안 차두리와 오범석을 교대로 기용했지만 둘 다 만족스럽지 못했다.

차두리는 그리스전에선 비교적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나이지리아전에서 상대 공격수를 놓치는 결정적 실수를 범했다. 아르헨티나전에 선발로 나선 오범석은 수비수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결국 한국이 16강전에서 우루과이를 넘어서기 위해선 수비의 보강이 절실하다. 특히 우루과이는 디에고 포를란, 루이스 수아레스 등 강력한 포워드진을 갖춘 팀이라 한국 수비가 더 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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