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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양승준 기자] "'레알 돋네'('진짜 소름끼치도록 좋다'는 뜻의 네티즌 신조어)이런 말 정말 재미있지 않나요?"
역시 가수 이승환은 '어린 왕자'였다. 올해 나이 마흔다섯. 세월의 나이테를 두를만큼 두른 그였지만 그의 말투와 사고는 연체동물처럼 유연했다.
생각도 모난 곳이 없었다. 이승환이 25일 발매한 10집 '드리마이저'(Dreamizer)타이틀곡은 헤어진 연인에 대한 추억을 반의반이라도 잡고 싶다는 애절한 발라드곡 '반의반'. 가수로서 혹은 자신의 인생에서 반의반이라도 잡고 싶은 일이 있느냐고 묻자 웃으며 "미련 '따우'"라는 말이 돌아왔다. "운명에 순응하는 편이라 만남도 헤어짐도 그리고 잘못된 부분이 있더라도 다 정해진 운명이었다고 생각해 순응하는 편"이라는게 그의 말이었다.
하지만 작은 고추가 맵다고 했던가. 올해로 가수 데뷔 21년 차. '작은 거인' 이승환의 음악적 고집에는 매서움이 느껴졌다.
◇ 이승환, 소리에 대한 천착 "대부분 신경쓰지 않지만…"
'그래미상 16회 수상한 엔지니어 움베르토 가티카, 미국 록가수 에이브릴 라빈 앨범 세션 기타리스트 필 엑스, 밴드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 관악기 편곡을 담당했던 제리 헤이'
이승환의 10집에 참여한 세계적인 엔지니어와 연주자다. MP3시대, 이승환은 '소리'에 대한 고집의 끈을 놓지 않았다. 오케스트라 연주는 기본, 록그룹 비틀스에 대한 오마주인 '리즌'을 녹음하려고 실제 비틀스가 썼던 것과 유사한 빈티지 악기를 쓰기도 했다. 지난 1995년 4집 '휴먼' 이후 이승환은 줄곧 최고의 소리를 얻으려고 미국·일본 등에 유명 엔지니어와 세션맨들을 찾아다녔다.
"누구도 낼 수 없는 최상의 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은 제 자존심이에요. 스튜디오도 하고 있고. 또 1995년부터 음반 작업하면서 대가들을 접해 소리를 향한 그들의 집념과 '이렇게도 소리를 내는구나'라는 자극을 받았기 때문에 항상 음반 녹음할 때는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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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에 대한 투자는 이승환에게는 '의무'와도 같았다.
"사운드에 신경을 안 쓰는 세태지만 그 누구도 그것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그 계통은 죽어버리게 되잖아요. 누구도 하지 않는 부분에 명맥을 이어가는 사람이 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새 음반을 낼 때 대중들의 환호도 중요하지만, 후배들이 음악을 할 때 본보기로 삼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었어요. 존경이라기보단 음악에 대한 제 시도와 노력에 대한 음악적인 지지를 보내주는 그런 모습이요. 언젠가부터 후배들이 '음반 아주 좋았다'는 말을 해 줄 때 기쁨이 가장 크더라고요."
세계적인 스태프들과 작업해 음반 녹음 비용만 기존 가수들보다 4배 이상 투자한 이승환. 하지만, 그는 '반의 반' 외 움베르토가 작업한 다른 한 곡이 자신의 음악스타일에 맞지 않아 재작업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이승환의 강단은 사회 참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에 반대한 촛불 문화제를 비롯한 지난해 용산참사 유가족 돕기 공연 등에 참석했다. 오는 27일에는 홍대 상상마당 V홀에서 열릴 외규장각 도서 및 약탈 문화재 반환을 위한 자선 공연에도 참가한다.
하지만 연예인들의 정치 참여는 '뜨거운 감자'다. 윤도현과 김제동 등 사회문제에 자신의 소신을 밝혀온 연예인들은 방송 하차와 관련 '외압설'이 떠나질 않았다. 이승환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부담될 수도 있다.
"정확히 전 정치 참여가 아니라 사회 참여라고 봐야죠. 그런데 요즘에는 시민으로서 사회 참여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인디에서 활동하는 가수들은 사회 참여에 비교적 적극적인데 소위 오버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가수들의 참여는 저조하죠. 그래서 전 선배의 몫으로 사회참여에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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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성황리에 막을 내린 '기타의 신' 제프 벡 내한공연의 숨은 일등 공신은 이승환이었다. 그는 공연 기획사 프라이빗 커브와 함께 제프 벡 내한 공연을 주최했다. 이승환이 해외 가수의 내한 공연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라이빗 커브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승환은 이번 공연 투자비의 절반을 댔다. 이승환이 평소 친분이 두터운 프라이빗 커브 대표에게 제프 벡 내한 공연 문의를 했고 뜻이 맞은 두 사람은 3년 전부터 제프 벡의 방한을 추진했다. 이승환의 오랜 노력 끝에 제프백 내한 공연이 결실을 본 것이다.
하지만 이승환은 지난 2008년 드림팩토리에서 진행하던 사업을 모두 정리했다. 또 10집을 내기 전 4년간 왕성한 활동을 하지 않아 특별한 수익을 올리지도 못했다. 자금 사정이 그리 여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수익성 보장이 어려운 해외 가수 그것도 연주자의 공연에 투자한 것이다.
하지만 이승환은 앞으로 다른 해외 가수의 공연 기획에 투자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아니요, 전혀요"라고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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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환의 타고난 20대 유전자…인터넷이 힘?
"이승환은 방부제가 주식인가요?"
이승환의 10집 음반 재킷 사진이 공개되자 한 네티즌의 보인 반응이다. 이승환의 '동안 외모' 때문이다. 이승환은 서태지와 더불어 연예계 동안 스타로 유명하다.
이승환의 젊음은 가사에도 오롯이 묻어난다. 10집 수록곡 'A/S'. '안절부절 복구불능', '이별 후의 A/S 모드' 등 재치있는 가사는 젊은 층의 유머 코드가 들어 있다.
그는 '얼리 어댑터'(Early Adaptor)기도 했다. 25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있는 이승환의 음악 공장 드림팩토리. 10집 '드리마이저'(Dreamizer) 인터뷰 차 만난 그는 아이 패드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그리고 '레이트 어댑터'(Late Adopter)인 기자에게 아이 패드의 매력을 설명했다.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이승환. 그가 그리는 앞으로의 20년은 어떨까.
"20대의 녹슬지 않은 감각을 유지하고 싶어요. 그리고 숨기지 않고 제 취향을 유지하고 싶고요. 젊게 사는 비결요? 집에만 있다 보니 인터넷을 많이 하게 돼요. 밖에 나가면 내 또래 아저씨들이랑 자녀 교육 혹은 재테크 얘기만 해야 하는데 디시인사이드 같은 데 들어가서 '눈팅'하고 이런 게 더 재미있어요. 그런 감성을 계속 가져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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