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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장서윤기자] TV 브라운관에 부는 외국인 배우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극중 단역이나 잠깐 얼굴을 비치는 감초 연기 수준에 머물렀던 이들이 점차 드라마의 주·조연급으로 자리잡으면서 이제는 능숙한 한국말과 다져진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예가 늘어나고 있는 것.
지난 9월 종영한 MBC '탐나는도다'에서 프랑스 출신 배우 피에르 데포르트가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드라마 주연으로 등장한 이래 MBC '지붕뚫고 하이킥'의 줄리엔 강, '보석비빔밥'의 마이클 블렁크, 내년 1월 방송하는 SBS '제중원'의 션 리처드와 캐서린 베일리까지 안방극장 외국인 배우들의 활약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외국인 연기자 캐릭터가 드라마 인기를 견인하는 사례도 종종 엿보인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세경(신세경) 자매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키다리 아저씨 줄리엔 강이 대표적인 예다.
극중 원어민 강사로 배려심 많고 맘씨좋은 인물로 등장하는 그는 다소 어설픈 한국어 연기에도 벌써 적지 않은 중고생 팬을 보유할 정도로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종합격투기 헤비급 챔피언 출신 데니스 강의 친동생으로도 잘 알려진 줄리엔 강은 3년 전 한국에 온 후 CF 모델로 착실히 경력을 쌓다 지난해 SBS '스타의 연인'으로 연기자로 데뷔했다.
내년 1월 방송하는 SBS '제중원'의 션 리처드는 첫 출연작에서 당당히 주연급 캐릭터를 꿰찬 사례. 한국 최초의 근대식 병원인 '제중원'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서 그는 제중원의 초대 원장인 미국인 의료 선교사 알렌 역으로 분한다.
실제 구한말 역사 속에도 등장하는 알렌은 극중 백정의 아들인 황정(박용우) 역관의 딸 유석란(한혜진) 등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의사가 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인물이다.
이밖에 '제중원'에는 KBS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했던 캐서린 베일리가 여자 의사로 등장하는 데 이어 선교사 역으로 다양한 외국인 배우들이 출연할 예정이다.
'제중원'의 홍창욱 PD는 "외국인 연기자가 비중있는 역할을 소화하는 부분이 어느정도 모험인 측면은 있으나 안방극장에 신선함을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탁 배경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