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몇 년 전 오스카 시상식장에서 해리슨이 다시 중절모(인디아나 존스 박사의 트레이드 마크)를 쓰고 싶다고 말했죠. 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진정한 이유는 과연 팬들이 속편을 정말 원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기대에 부응할 만한 작품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삼총사가 돌아왔다. 스티븐 스필버그(62) 감독, 해리슨 포드(66) 주연, 조지 루카스(64) 제작의 '인디아나 존스 4: 크리스털 해골의 왕국'이다. 첫편 '레이더스'(1981) 이후 27년, 3편인 '인디아나 존스-최후의 성전' 이후 19년 만이다.
2008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히는 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세계 최초로 공개된 18일(현지시각) 칸에서는 소동이 일었다. 극장 바깥에는 들어가지 못한 수백 명의 관객들이 '티켓 구함'이라는 팻말을 들고 아우성을 질렀고, 기자회견장 주변은 전 세계 기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1편 '레이더스'에서 의기투합할 때만 해도 30대의 팔팔한 나이였지만, 이제는 세 사람 모두 60대. 하지만 이날 드디어 공개된 영화는 이들의 열정과 재능이 여전히 진행형임을 입증했다.
첫 공개 후 칸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편이지만, '늙은' 해리슨 포드에 대한 미스 캐스팅 논란도 제기됐다. 평론가들의 반응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포드는 씩 웃더니 "이 영화는 평론가가 아니라 일반 관객을 위한 영화"라면서 "블록버스터는 원래 어느 정도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기 마련"이라고 여유를 부렸다.
특유의 은발과 은색 수염을 매끈하게 다듬고 칸을 찾은 제작자 루카스는 이 영화의 아날로그 액션에 대해 이야기했다. "컴퓨터 그래픽을 최소화하고, 블루 스크린에서 허공에 대고 연기하는 대신 실제 현장을 찾아가 직접 연기하며 찍었다"는 것. '스타워즈' 시리즈로 할리우드에 디지털 영화의 새 장을 연 인물이 루카스임을 고려하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스필버그는 "블루 스크린(컴퓨터 그래픽을 입히는 사전단계로 배우들은 아무것도 없는 파란 배경 앞에서 연기를 한다) 앞에서 배우들에게 사실감 있는 연기를 하라고 주문하는 건 공정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해리슨 포드에게 마지막 질문이 돌아갔다. "스필버그라는 감독과 일을 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이냐"는 것. 그는 마이크를 고쳐 잡은 뒤 "우리가 30여년 전 1편 '레이더스'를 찍을 때부터 나는 그가 천재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예순이 넘은 지금, 그는 심지어 그때보다 더 진화했다. 그는 진정한 천재"라고 단언했다. 스필버그가 얼굴을 붉혔다. 삼총사의 얼굴이 모두 상기됐다.
'인디아나 존스 4'는
보물찾기 액션 영화로도 충분히 흥미롭지만, 좀 더 지적 욕심을 지닌 관객에겐 성찰의 재미도 준다. 단편적으로는 1950년대 냉전시대에 대한 반성도 있지만, 넓게는 인간의 탐욕과 인류의 기원에 대한 근원적 탐구도 있다. 크리스털 해골이 결국 누구를 모델로 했는지를 알게 되는 순간, 영화가 조금 더 사랑스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