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캐리 "액션 장면 안 따라 하면 목소리도 안 나오더라고"

'호튼'에서 생애 첫 목소리 연기하는 짐 캐리 인터뷰
  • 등록 2008-03-05 오전 9:27:15

    수정 2008-03-05 오전 9:27:19


[조선일보 제공] 다른 배우였다면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로지 목소리 연기만을 위해 짐 캐리(Jim Carry·46)가 나서다니. 너무 아깝지 않은가. 코미디 '에이스 벤츄라'(1994)와 '마스크'(1994) 이후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희한하고도 독특한 표정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으니까. 애니메이션 '호튼'(원제: Horton Hears a Who!)에서 주인공 코끼리 호튼 역으로 난생처음 성우 연기를 경험한 이 할리우드 스타를 LA에서 2일(현지 시간) 인터뷰했다. 아니나 다를까,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싱글싱글 웃으며 그가 던진 첫마디는 "속았다!"였다.

"출연료를 10배는 더 받아야 했어요. 목소리 연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녹음을 해 보니까 그게 그렇지가 않더라고. 호튼이 물을 빨아들이는 장면에서는 온 힘을 다해 '흐읍'(실제 빨아들이는 표정으로) 해야 하고, 독수리와 싸우는 장면에서는 주먹과 발을 휘둘러야(손짓 발짓을 다 써가며) 목소리가 제대로 나왔으니까. 완전히 액션 영화 찍었다니까요."

캐릭터를 이미 완성했던 애니메이터 입장에서는 '충격'이었겠지만, 몸을 아끼지 않은 짐의 '녹음' 덕분에 관객들은 훨씬 더 풍부한 표정을 지닌 코끼리 호튼을 만나게 됐다. 비디오 카메라로 찍힌 짐의 표정을 본 제작자 크리스 ?지(Wedge·'아이스 에이지' 감독)는 즉시 '호튼 업그레이드'를 요구했고, 거대한 코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던 호튼의 입과 눈은 한층 커지고 자연스러워졌다는 것.

첫 애니메이션 경험이 얼마나 근사했는지를 강조하던 인터뷰는 갑자기 끼어든 불청객 때문에 잠시 중단됐다. '나쁜 녀석들'(Bad Boys) 시리즈의 흑인 스타 마틴 로렌스(Lawrence)가 다른 일로 인터뷰가 이뤄지고 있는 포시즌 호텔을 찾았다가 짐 캐리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뛰어올라온 것. 그는 별로 미안하지 않은 표정으로 "미안하다"며 기자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이번에는 방귀 뀌는 코끼리냐?"(영화 '에이스 벤추라'에서 짐 캐리는 방귀도 연기의 일부라는 사실을 입증하며 스타가 됐다)고 농담을 던져 폭소를 자아냈다.

표면적으로 '호튼'은 어린이에게 웃음을 주는 만화영화지만, 그 내면에는 어른 관객도 음미할 만한 철학을 담고 있다. 이 애니메이션의 핵심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아무리 작아도 사람은 모두 귀하다"(A person's a person no matter how small)는 것. 처음에는 장난스러웠던 짐 캐리도 이 대목에서는 한없이 진지해졌다.

그는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나에게도 불행했던 어린 시절과 별 볼일 없던 무명시절이 있었다"고 했다. 캐나다 태생인 짐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집에서 쫓겨나 한동안 소형 밴에서 여섯 식구 전 가족이 살았다고 했다. 배우가 되겠다고 무작정 LA로 혼자 떠났을 때의 나이가 열아홉. 처음에는 변두리 극장식당에서도 받아주지 않았다. '원스 비튼'(1985)으로 스크린 데뷔한 뒤 탁월한 코미디 재능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지만,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트루먼쇼'(1998) 이전까지 평론가들로부터는 '배우' 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는 다시 한 번 "A Person…" 문장을 반복하면서, "살다 보면 아무리 하찮게 보여도 다른 사람을 얕보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영화 속 상냥한 코끼리처럼 남을 도와줄 수 있는 힘을 지니게 된다면 무얼 먼저 하겠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는 입술을 쭉 내밀고 코에 힘을 주며 '고민하는 호튼' 흉내를 내더니 "어린 시절로 돌아가 우리 엄마를 항상 웃게 해 주는 아들이 되고 싶다"고 했다. "정작 엄마가 필요할 때는 나쁜 아들(bad boy)이었는데, 지금은 남을 웃기는 직업으로 돈도 벌고 인정까지 받고 있으니 이것도 아이러니"라고 덧붙이면서.



'호튼'은...

우주에서 지구는 한 점 티끌이듯이, 실제 티끌 속에도 하나의 세계가 있을 것이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했다.
 
분홍색 토끼풀에 묻어 있는 티끌 속 세계의 희미한 목소리를 들은 정글 코끼리 호튼(목소리 짐 캐리)의 모험담.

모션 캡처(Motion Capture) 등 최신 기술로 실사 영화 같은 느낌을 강조했던 '폴라 익스프레스'(2004)나 '몬스터 하우스'(2006)와 달리, 만화적 과장을 강조한 전통적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이다.
 
3D 컴퓨터로 제작됐지만 1940년대 '루니 툰'이나 '톰과 제리'처럼 사람의 손맛이 더 느껴지는 따뜻한 작품. 티끌 속 '누군가 마을'(Whoville)에 사는 일벌레 시장(목소리 스티브 카렐)과 상냥한 코끼리 호튼의 체구를 벗어난 우정과 연대가 감동적이면서 동시에 교훈적이다.
 
미국은 3월 14일, 한국은 5월 1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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