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철의 스포츠시선]'극적 MLB행' 고우석의 CSF는 무엇일까

  • 등록 2024-01-06 오후 1:12:09

    수정 2024-01-06 오후 1:12:09

펫코파크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고우석. 사진=리코스포츠에이전시
미국프로야구(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한 투수 고우석이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준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고우석(26)이 극적으로 메이저리그(MLB) 진출에 성공했다.

고우석은 2023시즌을 마치고 소속팀 LG트윈스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MLB 진출을 모색했다. 한국시간으로 4일 오전 7시까지 협상을 할 수 있었는데, 하루 앞두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년 450만 달러(약 59억원)에 계약했다.

미국 매체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고우석은 2024년 175만 달러, 2025년 225만 달러를 받는다. 상호 옵션이 발동하면 계약이 1년 연장되고 300만 달러를 받는다. 선수와 구단 둘 중 하나라도 연장 계약을 원하지 않는다면, 50만 달러의 바이아웃 금액을 받고 FA 신분이 된다.

고우석의 계약 전망이 밝았던 것은 아니었다. 2023시즌 성적이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로 부진했다. MLB 진출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당해 시즌 성적이다. 냉정하게 MLB 구단이 매력을 느낄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협상 만료일이 다가오면서 진출이 물거품 되리라는 예상이 많았다. 말 그대로 극적으로 MLB 진출을 이뤄냈다.

이제 MLB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이 과제이다. 고우석 이전 MLB에 진출했던 불펜 투수들의 사례도 참고할만하다. 핵심성공요인(CSF: Critical Success Factor)으로 접근할 필요도 있다. CSF는 경영학에서 쓰이는 용어다. 달성하고자 할 경영목표를 위해 필요불가결한 요소들을 지칭하는 단어이자 개념이다.

△미국 생활·팀 적응

가장 중요한 건 경기 외적인 적응이다. 해외 진출 선수들이 입을 모으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현지 적응과 팀 적응이다. 실력이 출중하지만, 현지 문화나 팀 적응에 애를 먹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국내에서 해외로 진출하는 선수뿐만 아니라, 국내 리그에서 실패한 외국인 선수들을 통해서도 쉽게 사례를 찾을 수 있다. 기혼자인 고우석은 가족이 있기에 미국 적응이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샌디에이고는 한국인이 많은 캘리포니아 지역이고, 상대적으로 한국과 거리가 가까운 편이다. 더욱이 샌디에이고에는 내야수 김하성(29)이 있다. 선배인 김하성이 고우석의 조력자 역할을 자처할 것이다. 팀 동료들과도 더 빨리 친해질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경기 외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점 극대화

고우석의 최대 장점은 강속구다. 2023시즌 고우석의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시속 152.5km였다. 지난 3년 평균 구속은 153.1km다. 이 정도는 MLB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평가다. 2023년 MLB 불펜 투수의 평균 구속은 152.4km(94.7마일)로 고우석과 비슷한 수준이다. MLB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불펜 투수 자원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MLB에서는 160km를 넘는 투수들이 즐비하다. KBO리그에서는 가장 강력한 속구를 던지는 마무리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MLB무대에서는 속구를 비장의 무기라고 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다. 물론, 평균 구속인 145.2km인 슬라이더는 MLB에서도 최상급 수준이긴 하다. 고우석의 나이가 상대적으로 젊어서 구속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점도 장점 중 하나다. 강속구와 슬라이더를 적절히 잘 섞는다면 MLB에서도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제구 안정화

장점 극대화와 연계된 부분이다. KBO리그 시절부터 고우석은 수직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대한 갈증이 컸다. 그래서 커브 구사 비율을 늘리다가 2023시즌부터는 스플리터를 선보였다. 아직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

제구에 기복이 큰 것은 고우석의 단점으로 꼽힌다. 변화구를 구사하다가 볼카운트가 불리하게 되고, 강속구를 스트라이크존으로 우겨넣다가 한가운데 몰려 큰 것 한방을 얻어맞곤 했다. 특히, 큰 경기에서 이런 장면이 기억에 많다. MLB 타자들은 KBO리그 타자들보다 힘이 더 좋다.

불펜 투수들은 큰 것 한방이 팀 승패에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 현지에서도 “7시즌 중 4시즌 동안 10% 이상의 볼넷 비율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11.6%의 공짜 출루를 기록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제구를 잡기 위해 장점인 구속을 줄이는 건 위험천만하다. 다만, 변화구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얘기는 제구가 어느 정도 될 경우가 전제된 얘기라는 것이다. 고우석은 아직 젊은 선수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 샌디에이고도 발전 가능성을 높게 봤다.

계약 이후 많은 기대와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KBO리그에서 최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성장하고 성공해왔던 것처럼 빅리그에서도 성장과 성공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것들이다. 일단 스프링캠프부터 실력으로 보여줘야 하고, 경쟁에서 이겨내야 한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연구자/ 전 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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