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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16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 경기에서 페루에 0-1로 졌다.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1무 2패를 기록한 한국은 첫 승을 다음으로 미뤘다.
이날 한국은 포지션별로 주축 선수가 빠졌다.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스포츠 탈장 수술 후 휴식으로 벤치를 지켰다.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김민재(나폴리)와 부상 재활 중인 정우영(알 사드), 김영권(울산현대)은 제외됐다.
변화가 불가피했다. 경기 하루 전 클린스만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대표팀의 상황은 지난 3월과는 다르다”며 “해외파 선수들은 시즌을 마쳤고 K리그 선수들은 경기를 치르고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와 준비가 3월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특히 김영권과 김민재가 합류하지 못했고 손흥민은 100%의 컨디션이 아니다”라며 “분명 전술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험 많은 선수들의 리더십을 통해 잘 준비해서 지속성을 보여주겠다”고 설명했다.
새 얼굴을 채운 한국의 후방은 초반부터 흔들렸다. 상대 압박에 원활한 전개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또 손발을 처음 맞춘 탓에 서로의 공간을 메우는 데도 한계를 보였다. 오랜 시간 한국 빌드업의 중추 역할을 하던 정우영, 김민재, 김영권의 공백이 느껴졌다.
자연스레 주도권을 내주고 경기 흐름에서도 밀렸다. 수비 라인이 빌드업 작업에 관여를 해주지 못하다 보니 중원이 집중 견제를 받았다. 최전방과 매끄러운 연결이 보이지 않았고 고립됐다는 느낌까지 줬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까지 볼 수 있는 원두재를 후방 빌드업에 활용하지도 않았다. 여기에 중원에 나선 선수들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 보였던 점도 답답함을 배가했다.
그러나 이날 대표팀에서는 달랐다. 공격 시 형태가 크게 달라지지 않으면서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 많지 않았다. 양 풀백 중 한 명을 올리고 또 다른 한 명을 후방에 두는 비대칭적인 요소도 보기 힘들었다. 공격 능력이 좋은 두 선수를 동시에 기용하며 맞지 않은 옷을 입힌 느낌이었다. 후반 1분 한 차례 나온 안현범의 폭발적인 오버래핑은 더 아쉬움을 느끼게 했다.
경험으로 공백을 메우겠다고 했지만 수비 라인은 낯섦이 가득했다. 박지수가 가장 많은 A매치 경험을 지녔지만 15경기에 불과했다. 정승현과 이기제가 각각 12경기, 5경기였고 안현범은 데뷔전이었다. A매치 10경기가 넘는 박지수, 정승현의 조합도 이전까지 쉽게 볼 수 없던 라인이었다.
불가피한 변화 속 클린스만 감독은 실험을 택했다. 더 많은 선수에게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아직 부임 초기이기에 선수 특성을 더 명확하게 파악하고 기용하는 안목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