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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는 5일 24시까지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하면서 연예계에선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취지로 공연 취소 및 방송 프로그램 결방하는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애도를 위한 무조건적인 공연 취소가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싱어송라이터 생각의 여름(박종현)은 최근 예정된 공연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주에 하기로 한 두 공연의 기획자들께서 공연을 진행할지 연기할지에 대해 정중히 여쭤 오셨다. 고민을 나눈 끝에 예정대로 진행키로 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31일 생각의 여름은 “예나 지금이나 국가기관이 보기에는 예술일이 유흥, 여흥의 동의어인가 보다”며 “관에서 예술 관련 행사들(만)을 애도라는 이름으로 일괄적으로 닫는 것을 보고 주어진 연행을 더더욱 예정대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공연이 업인 이들에게는 공연하지 않기 뿐 아니라 공연하기도 애도의 방식이 될 수 있다”며 “하기로 했던 래퍼토리를 다시 생각하고 매만져본다. 무슨 이야기를 관객에게 할까 한 번 더 생각해 본다. 그것이 제가 선택한 방식이다. 모두가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함부로 판단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싱어송라이터 정원영 역시 “모든 공연을 다 취소해야 하나요. 음악만한 위로와 애도가 있을까요”라며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대중음악평론가인 배순탁도 생각의 여름의 게시물을 공유하며 비슷한 생각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언제나 대중음악이 먼저 금기시되는 나라”라고 비판했다. 이어 “슬플 때 음악으로 위로받는다고 말하지나 말던가. 애도의 방식은 우리 각자 모두 다르다. 다른 게 당연하다. 방식마저 강요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일침했다.
공공기관의 미흡한 대응 및 일부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발언에 참담함과 분노를 드러내는 스타들도 있었다.
작가 허지웅 역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주최가 없으면 시민의 자격을 상실하는 세계의 한 가운데서, 할 만큼 했고 책임질 것이 없다는 말 잔치의 홍수 속에서 정작 내 입과 손 끝에서 쓸모있는 말이랄게 모두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밝히며 씁쓸해했다.
앞서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일대에서는 핼러윈을 앞두고 약 1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비좁은 골목에서 나가려는 사람과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한데 엉키고 이로 인해 도미노처럼 사람들이 넘어지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로 인한 인명 피해는 총 307명을 기록 중이다. 사망자 수는 156명을 기록했다.
방송가에서는 정부가 오는 5일 24시까지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함에 따라 주요 예능 및 드라마 프로그램들을 줄줄이 결방하며 애도의 시간을 갖고 있다. 연예계 스타들도 합동분향소 방문, SNS 등을 통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