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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병인 근육긴장 이상증을 앓고 있는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51)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예정했던 2.195㎞ 대신 1.2㎞로 거리를 줄였고 뛰다가 걷다가를 반복했지만 그에게 거리도 속도도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이봉주가 다시 달리는 모습에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눈물을 흘리며 같이 달린 팬들도 있었다.
이봉주는 28일 경기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이봉주 쾌유 기원 마라톤’에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사전 신청한 195명의 페이스메이커가 10개 조로 나눠 4㎞씩 총 40㎞를 달렸고 이봉주는 400m 트랙을 세 바퀴를 돌았다.
이봉주의 옆에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육상 3관왕 임춘애의 쌍둥이 아들 이현우·지우 군이 함께 달렸다. 전 프로복싱 세계 챔피언 유명우도 바로 뒤에서 이봉주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현역 선수 시절 42.195km를 41번이나 완주했던 이봉주는 1.2km를 걷고 뛰기를 반복하며 레이스를 완주했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어 “오랜만에 긴 거리를 달리니, 허리와 골반 등에 통증을 느꼈지만 세 바퀴만은 완주하고 싶었다”며 “함께 뛰어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봉주는 한국 마라톤을 대표하는 간판스타였다. 1996년 8월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데 이어 2000년 2월 일본 도쿄 국제마라톤에서는 2시간7분20초의 한국 신기록을 수립했다.
아울러 이봉주는 2001년 4월 세계 최고의 마라톤 대회인 보스턴 마라톤에서 2시간 09분 43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마라톤 선수로는 1947년 서윤복이 우승한 이후 54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2002년 10월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아시안게임 2연패를 이루는 등 ‘국민 마라토너’로 불리며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했다.
은퇴 후에도 대한육상연맹 임원으로 일하면서 방송 출연 등 다양한 활동으로 한국 육상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 힘을 쏟았다.
그래도 이날 마라톤 대회에서 1.2km를 달리면서 회복의 희망을 발견했다. 안타까움으로 이봉주를 바라봤던 팬들은 그가 예전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이봉주도 팬들에게 건강한 모습으로 풀코스를 다시 달리겠다는 굳은 의지를 전했다.
이봉주는 “내 인생에서 가장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있으면서 매일 치료받고 있다”며 “오늘은 여러분이 나의 페이스메이커가 돼 주셨으니, 내년에는 꼭 내가 여러분의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다”며 “이 자리에 오신 모든 분의 건강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