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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 설하윤의 얼굴에는 행복한 피곤함이 묻어났다. 피곤한 듯 보였지만 행복한 미소가 넘쳤다. 지난 9월27일 데뷔 쇼케이스를 갖고 활동을 시작한 지 아직 1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그 동안 SBS ‘인기가요’와 Mnet ‘엠카운트다운’, SBS MTV ‘더 쇼’, MBC뮤직 ‘쇼! 챔피언’ 등 지상파와 케이블채널 음악프로그램 출연뿐 아니라 각종 페스티벌과 지역 행사까지 정신없이 스케줄을 소화했다. 연습생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서 걱정, 근심이 쌓여 잠도 잘 못 이뤘는데 요즘은 잠도 깊게 푹 잔다고 했다. 다음 날 가야 할 스케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설하윤은 세미 트로트 ‘신고할꺼야’를 타이틀곡으로 데뷔해 활동을 하고 있다. 데뷔 전 ‘불멸의 연습생’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했다. 12년 간 데뷔를 준비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실용음악학원에 다니고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이름을 올리며 데뷔를 꿈꿨다. 고등학생 때는 인터넷에서 ‘연습생 출신 얼짱’, ‘가수 준비하는 얼짱’, ‘일반인 훈녀’ 등으로 불리며 팬카페까지 생겼다.
하지만 데뷔는 쉽지 않았다. 연습을 하는 것보다 데뷔 기회가 눈앞까지 왔는데 소속사 사정으로 갑자기 무산되거나 심지어 소속사가 문을 닫는 일까지 생기는 게 힘들었다. 집에서 다른 가족들이 보지 않게 많이 울었다. 부모 앞에서 울면 당장 그만 두라고 할 게 뻔했다. 가수 데뷔를 포기하겠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했다. 그 만큼 가수의 길에 애착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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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에 흉터가 보였다. 3년 전 구두를 신고 퍼포먼스 연습을 하다 잠깐 땀 좀 닦고 오겠다며 연습실 문을 나서다 쓰러졌다고 했다. 응급실로 실려갔다. 그 만큼 연습도 열정적으로 했다. 아이돌 가수를 꿈꿨고 발라드도 잘 부른다.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 중 먼저 데뷔해 벌써 입지를 뚜렷하게 다진 사람들도 많다. 몬스타엑스 수호, 보이프렌드 정민, 유키스 준 등. 스피카 나래는 보컬 스승으로 처음 만나 지금은 언니, 동생 사이게 됐다.
그런 지인들을 봐도 부러움은 없다고 했다. 트로트가 좋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2’에 ‘불멸의 연습생’이라는 타이틀로 출연해 빼어난 실력의 노래와 춤, 예쁜 외모로 관심을 받으면서 몇몇 기획사에서 러브콜을 받았지만 현재 소속사 TSM엔터테인먼트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설하윤은 “아이돌 그룹의 음악은 팬들을 제외하면 부모님 이상 세대에서는 따라 부르기 힘들다. 내 노래는 우리 부모님도 많이 따라 부르신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게 진짜 신난다”고 말했다. 지방 행사 무대에서, 또 할머니, 할아버지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재미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노래를 부를 때 느끼는 전율에 매료돼 꿨던 가수의 꿈이다.
데뷔를 하면서 과거 ‘인터넷 얼짱’ 시절부터 기다려준 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새로 생긴 팬들도 꽤 된다. 설하윤의 매력은 노래와 퍼포먼스뿐이 아니다. 입담에 예쁜 얼굴에서는 상상도 안 되는 ‘끼’까지 갖췄다. 설하윤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다면 팬층을 넓히는 것은 순식간일 것이라고 관측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오래 기다렸잖아요. 특히 트로트라는 장르는 가수가 인지도를 얻기까지 느리고 더딜 수 있어요. 하지만 언제인가는 제 때가 올 거라고 믿어요. 제 목표는 ‘국민 트로트’를 만드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