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모태범 '소치판 모태범'에 발목 잡혔다

  • 등록 2014-02-11 오전 1:26:16

    수정 2014-02-11 오전 1:26:16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역주를 펼치는 모태범.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한국 동계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2연패에 도전했던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간판스타 모태범(25·대한항공)이 4위로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모태범은 10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 내 아들레르아레나 스케이팅센터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69초68을 기록, 금·은·동메달을 싹쓸이한 네덜란드 선수들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모태범으로선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네덜란드의 높은 벽에 막혀 고개를 떨궈야 했다.

모태범은 1차 레이스에서 34초84의 기록으로 4위에 올랐다. 1위 얀 스미켄스(네덜란드·34초59)에 불과 0.25초 뒤진 기록이었다.

1차 레이스 순위 역순에 따라 모태범은 19조에서 2차 레이스를 펼쳤다. 2차 레이스의 상대는 1차 레이스에서 2위에 올랐던 미셸 뮐더(네덜란드·34초63)였다.

모태범은 1차 레이스와 마찬가지로 스타트부터 힘차게 치고 나갔다. 초반 100m를 9초63으로 찍은 모태범은 후반에도 스피드를 늦추지 않고 맹렬하게 질주했다. 하지만 후반 스퍼트에서 뮐더에게 밀리면서 아쉽게 34초84로 레이스를 마쳤다. 1차 레이스와 같은 기록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태범은 3위에 랭크 돼 있었다. 마지막 20조에서 그의 기록을 넘어서는 선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번 대회 첫 메달은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희망은 1차 레이스 1위 얀 스미켄스에 의해 무참히 깨졌다.

스미켄스는 2차 레이스서도 쾌속질주를 이어가며 종합 성적 2위에 올라, 모태범을 4위로 밀어냈다.

스미켄스는 이번 시즌 월드컵 레이스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선수다. 다크 호스 정도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실전에서 대담한 승부를 펼친데다 1차 레이스 1위 이후에도 흔들림 없는 레이스를 보이며 깜짝 은메달을 따냈다. 경기를 중계하는 한국 해설자들이 일제히 그의 선전에 할 말을 잃고 말았을 정도다

마치 4년 전 모태범을 보는 듯 한 활약이었다. 모태범 역시 이규혁 이강석 등 선배들에 가려져 있었지만 두둑한 배짱과 신기술을 앞세워 기대치 않았던 시상대에 선 바 있다.

밴쿠버 올림픽에 모태범이 그랬던 것 처럼, 스미켄스의 활약은 기대가 얕았기에 더욱 놀라웠다. 다만 그 희생양이 모태범이 됐다는 사실이 가슴 무겁게 다가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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