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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한국축구가 고대하던 '세계 정상 정복'의 꿈을 이뤘다. 17세 이하 어린 선수들이, 그것도 '축구 불모지'로 불리던 여자축구의 선수들이 해냈다.
한국은 26일 오전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17세 이하 FIFA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일본을 꺾고 우승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128년 한국축구 역사를 통틀어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메이저급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00만명대 345명
기원전 480년에 스파르타의 전사 300명은 테르모필레 협곡에서 페르시아의 100만 대군과 맞닥뜨렸다. 규모로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지만, 특유의 용맹함에 지형지물을 적절히 활용하는 영리함을 겸비해 접전을 펼쳤다. 근래에 영화 '300'을 통해 회자된 역사적 스토리다.
17세 이하 여자선수들의 선전은 '현대판 300의 기적'이라 부를 만하다.
등록선수가 100만명에 육박하는 독일을 굳이 비교대상으로 삼을 필요도 없다. 3만명의 선수를 보유한 이웃나라 일본과 견줘도 규모의 차이는 심각하다.
지난 1990년에 비로소 각급대표팀을 출범시킨 한국여자축구가 20년만에 세계정상을 밟을 수 있었던 건 '엘리트 위주의 선수 육성 방식'이 효과를 발휘한 덕분이다. '수는 적지만 정예병으로 길러낸다'는 대한축구협회의 의지가 결실을 맺었다는 이야기다.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되지 않으려면
하지만 여자축구계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모래위에 지은 집'이 될 것이라는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소수정예'를 통해 정상급으로 도약할 순 있지만, 실력을 꾸준히 유지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까닭이다. 당장 지소연이 없는 20세 대표팀, 여민지가 없는 17세 대표팀은 상상하기 어렵다.
엄밀히 말해 여자축구가 거둔 성과는 시험을 앞두고 '족집게 과외'를 통해 효험을 본 것과 비슷하다. '족집게'가 언제까지 통할 지는 알 수 없다. 출제경향이 갑자기 바뀌더라도 좋은 성적을 유지하려면 평소에 차근차근 공부를 해둬야 한다.
많은 축구인들이 '이젠 여자축구 저변 확대에 주력해야할 때'라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마음먹는 것만으로 이뤄낼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장기적이고도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머뭇거리는 동안 기회는 더욱 멀어진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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