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 확대경] 레알, 개혁의 칼바람과 맞닥뜨리나

  • 등록 2008-11-17 오전 9:02:56

    수정 2008-11-17 오전 9:35:06

[이데일리 SPN 송지훈 객원기자] ‘지구방위대’ 레알 마드리드의 갈지(之)자 행보가 심상찮은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호세 소리야 경기장에서 열린 바야돌리드와의 2008~2009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1라운드 원정경기서 레알 마드리드는 상대 공격수 파비오 사노비오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배, 선두권 도약의 기회를 스스로 날리며 주저앉았다. 이날 레알은 시종일관 흐름을 주도하면서도 여러 번의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모두 놓쳤을 뿐만 아니라 근래 나타난 수비불안 현상을 재연하며 아찔한 실점 위기를 종종 허용하는 등 강자답지 못한 플레이로 구단 관계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1승을 추가할 것으로 기대했던 바야돌리드와의 경기서 패배를 당하며 외려 승점3을 고스란히 헌납한 레알 마드리드는 11경기서 7승2무2패(승점23점)를 기록, 4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1위 바르셀로나가 16일 오후 열린 11라운드 원정 경기서 레크레아티보를 2-0으로 꺾고 9승1무1패(승점 28)를 기록, 양 팀의 승점 차는 5점까지 벌어졌다.

문제는 레알 마드리드가 강자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스스로 주저앉는 상황이 결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데 있다. 근래 지구방위대는 출전하는 모든 대회에서 실망스런 발자취를 기록하며 유럽을 대표하는 명문다운 면모를 과시하지 못하고 있다. 2008~200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32강 조별리그서 이탈리아 세리에 A의 강호 유벤투스에 홈과 원정에서 잇달아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고 코파 델 레이(FA컵) 무대에서는 3부리그 클럽 레알 우니앙과의 맞대결에서 1승1패를 나눠가진 끝에 32강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정규리그 또한 마찬가지다. 데포르티보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1-2로 덜미를 잡혀 불안하게 출발한 레알은 이후 4연승을 내달리며 기력을 회복하는가 싶었지만 지난 달 21일 유벤투스와의 챔스 조별리그 첫 경기서 1-2로 패한 직후부터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리고 있다. 아틀레틱 빌바오(3-2승), 알메리아(1-1무), 말라가(4-3승), 바야돌리드(0-1패) 등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상대들과의 대결에서 잇달아 고전했고, 이 과정에서 공-수 모두 난맥상을 드러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루트 반 니스텔루이와 날개공격수 아르옌 로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득점포 가동에 차질이 빚어진데다 허리라인과 디펜스진의 공조체계가 무너져 수비전술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결과였다. 이러한 상황은 기록을 살펴봐도 확인 가능하다. 레알은 라 리가 11경기를 치르는 동안 28골을 터뜨려 경기당 2.55골의 준수한 득점을 기록했지만 반대로 17골(경기당 1.55골)을 허용해 상황을 어렵게 끌고 갔다. 17실점은 현재 리그 최다실점 공동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며 라이벌 바르셀로나(8실점)와 견줘 2배 이상이다.

문제는 주전급 공격수들의 줄 부상으로 인해 향후 득점력의 감소가 예상되는 반면, 실점의 경우 좀처럼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골은 줄어드는데 실점을 낮출 방법은 떠오르지 않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 셈이다.

분위기가 날로 악화되자 레알의 경영진 또한 강한 개혁 드라이브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부진 초기만 하더라도 베른트 슈스터 감독과 협의해 윈터브레이크 기간 중 선수단 개편에 나설 뜻을 밝히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였지만 근래 들어서는 “감독을 바꿔 새 판을 짤 수도 있다”며 강경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특히나 FA컵 무대에서 3부리그 레알 우니온에 덜미를 잡힌 직후 슈스터 감독에게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다”며 ‘최후통첩’에 가까운 경고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뒤이어 현지 언론을 통해 “구단 경영진이 새 감독 후보로 프랑크 레이카르트, 후안데 라모스 등을 물망에 올려놓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시즌 아웃된 반 니스텔루이의 대체자를 확보하기 위해 감독이 아닌 구단 고위층 인사들이 동분서주하는 작금의 분위기 또한 서슬 퍼런 ‘개혁의 칼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증거물로 여겨진다.

참가하는 대회마다 좌충우돌을 거듭 중인 레알 군단은 현재의 ‘비상사태’를 어떤 방식으로 극복하게 될까. 부임 후 소속팀의 라 리가 2연패를 이끈 베른트 슈스터 감독은 과연 지휘봉을 지켜낼 수 있을까.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흔들리는 레알 마드리드의 향후 행보에 유럽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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