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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서태지의 공식 컴백무대로 화제를 모은 ETP FEST(Eerie Taiji People Festival)가 16일 새벽 마릴린 맨슨의 마지막 무대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14, 15일 양일간 ETP FEST를 찾은 관객은 총 4만 3천여 명. 서울 잠실 야구장 야외 특설 무대에서 펼쳐진 14일 공연에는 1만 여 관객이 찾았고, 서태지, 마릴린 맨슨, 드래곤 애쉬 등 한미일 정상 밴드들이 출연했던 15일에는 무려 3만 4천여명이 페스티벌의 열기에 몸을 맡겼다. 한 여름의 폭염과 얄궂은 국지성 소나기도 음악을 향한 관객들의 열정을 막진 못했다.
양일간 펼쳐진 ETP FEST의 가장 큰 수확으로는 마니아 중심의 페스티벌에서 벗어나 대중성을 갖춘 점을 꼽을 수 있다. 올해 ETP FEST에는 서태지와 마릴린 맨슨, 드래곤 애쉬, 데스 캡 포 큐티, 멤시멈 더 호르몬 등 헤비메탈과 인더스트리얼, 모던 록 등 다양한 록 밴드들의 음악이 주를 이룬 가운데 에픽하이와 클래지 콰이, 신이치 오사와(몬도 그로소) 등 대중성 있는 DJ와 힙합 가수들을 초대해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힌 점이 눈길을 끌었다. 또 닥터코어 911과 슈가 도넛, 크라잉 넛 등 인디 밴드들을 대거 섭외해 인디와 오버그라운드의 벽을 허물고 음악적 화합을 시도하고 나선 점도 나름 의미있는 일로 꼽히고 있다.
마릴린 맨슨의 기괴한 퍼포먼스도 관객들에게는 좀처럼 보기 힘든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날 마릴린 맨슨은 마이크를 식칼로 디자인하고 바지를 내리며 에로틱한 무대를 연출해 보여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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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컴퍼니와 공동으로 이번 페스티벌을 기획한 예당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페스티벌 하루 전인 13일 기자회견에서 “ETP는 특정 장르, 특정 팬층에 국한되어있던 마니아적인 형태의 록 페스티벌이 아닌 대중의 다양한 음악적인 경향을 수용하고 누구나 참여 가능한 대중음악 페스티벌”이라고 공연의 기획의도를 밝힌 바 있다. 서태지가 출연하지 않은 14일 공연에 관객이 1만 여명이 넘게 온 것을 보면 ETP의 기획의도가 공염불만은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01년 서태지의 기획 하에 막을 올린 ETP FEST는 1회 때 3만 관객을, 2004년 2회 때는 1만 5천여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올해 ETP FEST를 찾은 관객은 무려 4만 3천여 명. 우리나라 최대의 록 페스티벌로 지난 7월 말 3일간 열린 펜타포트가 5만 여 관객을 동원한 것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수치다.
특히 이번 ETP FEST의 무대 연출과 사운드는 지난 페스티벌과 비교해 한층 진일보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인 스테이지 무대는 미국 드라마 ‘스타트랙’에서나 볼법한 화려한 우주 함선 모양으로 디자인 돼 웅장함을 뽐냈으며, 사운드 또한 탄탄했다. ETP FEST가 개방형 지붕인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지는 만큼 사운드를 잡지 못해 밴드의 연주가 다소 흩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15일 ETP FEST를 지켜본 김종서는 한국 공연의 고질적인 문제인 사운드 부분을 잘 해결한 것 같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ETP FEST의 공동 기획사인 서태지컴퍼니와 예당 엔터테인먼트 측은 이 공연을 위해 해외 스태프들을 포함 총 3,000여 명의 인원을 투입하고 8톤 트럭으로 150대 물량의 무대 장치를 동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페스티벌에 투입되는 조명 장치 ‘무빙 라이트’만도 200대 이상으로 우리나라 공연사상 최대 스케일을 자랑한 지난 1996년 마이클 잭슨 공연 때보다 12배나 많은 분량의 장비가 동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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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화제와 의미를 동시에 거머쥔 ETP FEST는 소나기로 인한 무대 안전 사고와 공연 시간 지연이라는 옥의 티를 남기기도 했다.
이 무대 사고는 공연 시간 연장이라는 또 다른 후폭풍으로 이어졌다. 당초 8시 20분으로 예정됐던 서태지의 공연은 한 시간 30분이 늦은 9시 50분이 되어서야 시작됐다. 화약 사고로 인한 무대 수습에 15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각 아티스트들의 무대 세팅 준비 시간 등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들이 소요된 것이다. 15일 마지막 공연인 마릴린 맨슨의 공연은 예정시간 보다 2시간 여 늦은 11시 40분께 시작됐다. 차를 가지고 오지 않은 관객들은 교통편 문제로 마릴린 맨슨의 공연과 귀가 문제를 두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의 후지록이나 썸머소닉, 영국의 글래스톤베리 등 해외 록페스티벌에서 이와같은 공연 시간 지연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한 가수의 단독 공연도 아닌 페스티벌에서 공연 시간 준수는 출연 아트스트들과 관객들을 배려하는 가장 기본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인 마지막 밴드를 제외하고는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에도 이를 진행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한국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도 그간 갖은 악천우에 시달렸지만 공연이 30분 이상 지연되는 사고는 한번도 없었다.
역대 최고의 규모와 관객 동원, 그리고 한미일 최정상 밴드를 초청해 4만 3천여 관객을 열광시킨 ETP FEST는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수준 높은 페스티벌이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ETP FEST가 한국의 도심형 우드스탁을 꿈꾸며 세계적인 페스티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공연 진행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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