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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로봇심판’으로 불리는 ABS는 미국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아직 시행 전이다. 그래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세계 최초 도입’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ABS는 카메라 방식이다. 구장에 설치된 카메라가 투구 궤적을 추적, 컴퓨터가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한다. 주심은 해당 내용을 수신 장비를 통해 전달받아 ‘콜’을 내린다. 단, 기계 오류나 시스템상의 문제로 ABS가 정상 가동할 수 없는 경우에는 주심이 직접 판정을 내린다.
KBO는 시스템이 안정화됐다고 보고 있다. 2020년부터 지난 4년간 퓨처스리그에서 시스템 고도화를 진행해 왔고, 볼-스트라이크 판정의 정교함과 일관성 유지, 그리고 판정 결과가 심판에게 전달되는 시간 단축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다. 무엇보다 스트라이크 볼 판정에 대한 시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범경기 46경기를 통해 나온 현장의 의견은 KBO의 홍보와는 다소 틈이 있어 보인다. 홈플레이트를 비치는 카메라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스트라이크존 역시 구장마다 차이가 있다는 게 현장 반응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의 (구장마다 스트라이크존이 다르다는) 의견을 확인해 본 결과, 공 하나에서 두 개까지 차이가 있다”며 “특히 수도권 모구장과 다른 구장의 존이 다르게 나왔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들로 판정의 일관성은 구장에 따라 달라질 수 없고, 달라져서도 안된다. 사람 심판의 스트라이크존과 스트라이크, 볼 판정이 비판을 받았던 이유가 바로 일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관적이지 않으니, 결과적으로 공정하지 못했다.
정확 여부도 중요하지만, 역시 일관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일관적이지 못한데 공정하다고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면 ABS를 도입한 취지가 무색해진다.
어떤 측면에서 ABS 기술이 완벽하다는 건 ‘착시 효과’일지 모른다. 정확하지 않은 스트라이크, 볼 판정이 일관적이기 때문에 ‘맞다’, ‘옳다’라고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심판과 선수가 스트라이크, 볼 판정으로 인해 감정적으로 소비될 일은 없어질 수 있다. 그래도 ‘일관적이다, 공정하다’는 의미와는 동 떨어진다. ABS를 도입한 취지가 무색해져 버리는 ‘선택적 공정’이다. ‘선택적 공정’은 불공정한 것이다. 세계 최초, 경기 시간 단축이라는 수식어에만 집착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다.
개선이 가능한 문제인지 지켜볼 필요는 있다. 물론, 시즌 개막 이후에 개선한다는 것도 넌센스이긴 하다.
SH2C 연구소장(커뮤니케이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