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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연출 백승룡/극본 박소영, 이찬, 남인영/제작 스튜디오드래곤, 바람픽쳐스) 최종회 시청률은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시청률에서 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4.1%, 최고 5.3%, 전국 가구 기준 평균 3.6%, 최고 4.6%를 기록, 유종의 미를 거뒀다. (유료플랫폼 기준/닐슨코리아 제공)
최종회의 에피소드 주인공은 바로 배우 김아중이었다. 안하무인 재벌 2세 신주경(김채은)은 아빠가 아중이 출연하는 영화의 투자사 C&G 회장임을 이용, 천제인(곽선영) 팀장에게 그녀를 자신의 생일파티에 데려오라 요구했다. 무례했지만, “그 ‘셀럽 놀이’를 한 번 눈감아주면 얻는 게 더 많다”는 게 팩트였다. 하지만 제인은 그보다 더 중요한 ‘내 배우의 자긍심’을 지키기 위해 거절했다. 그 결과는 암담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단독 MC로 초청된 아중이 행사에 오르기까지 몇 시간도 채 남지 않은 긴박한 상황에 C&G를 통해 공수한 드레스를 입을 수 없게 된 것.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제인은 반짝이는 대안을 내놓았다. 바로 BTS도 입었다는 유명한 한복 디자이너의 작업실이 부산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것. 우여곡절 디자이너를 설득한 끝에 아름다운 한복을 공수했고, 아중은 한국의 미와 영화인의 자부심을 전 세계에 전파하며 성황리에 개막식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한 편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과 열정을 쏟는 모든 사람들, 그러한 노력을 당연하다 여기지 않고 더 노력하는 배우들, 그리고 그런 배우의 자긍심을 지켜내는 매니저의 끈끈한 관계성을 보여준 에피소드였다.
영화제 개막식과 함께 메쏘드엔터의 매니저들의 인생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들 앞에 새로운 도전 혹은 또 다른 위기가 암시된 것. 가장 먼저 ‘능력자’ 매니저 제인은 미국 에이전시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처음으로 진정한 사랑을 느낀 노상욱(이상현)과의 사랑의 결실도 찾아왔다. 앞으로 그녀가 씩씩하게 헤쳐가야 할 도전의 기회를 앞두고, 소현주(주현영)에게 함께 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업계를 제대로 파악한 현주가 아중의 멋진 한복을 구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행사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는 현란한 운전 실력을 선보이는 등, 스스로 매니저의 자질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좋은 매니저가 되고 싶다는 꿈에 한 발 더 다가선 현주였다.
그렇게 메쏘드엔터 매니저들은 마지막까지 일과 사랑 때문에 울고 웃었다. 엔딩씬에서 그들이 바라보던 해운대 바다처럼, 앞으로도 이들의 하드코어 인생엔 끝없이 파도가 밀려올 테지만, 또다시 부딪히고, 버티고, 헤쳐가며 성장할 것이란 흐뭇한 기대가 차올랐다. 이로써 종영을 맞은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가 색다른 시도로 안방극장에 새롭게 선보인 드라마의 패러다임을 짚어봤다.
이서진X곽선영X서현우X주현영, 17명의 에피소드 주인공들과 이뤄낸 콜라보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는 매회 스타 배우들을 등장시켜 이들을 서포트하는 메쏘드엔터 매니저들의 이야기를 유쾌와 감동의 완벽한 티키타카 안에 담아냈다. 그렇게 조여정, 진선규, 이희준, 김수미, 서효림, 수현, 박호산, 오나라, 김수로, 김호영, 김소현, 손준호, 김지훈, 김주령, 다니엘 헤니, 이순재, 김아중까지 총 17명의 에피소드 주인공들이 탄생, 12개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펼쳐냈다. 프랑스 원작을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실정에 완벽히 현지화한 새로운 구성이었다. 그러면서도 태오, 제인, 중돈, 현주의 이야기까지 놓치지 않았다. 매회 에피소드 주인공들과 엮이며 사건사고를 해결하는 과정 속에는 매니저들의 하드코어 직장 라이프가, 자신 인생에 있어서 벌어진 아마추어 같은 시행착오들 속에는 한 인간으로서의 고민과 성장이 담겨 있었다.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에 진심이었던 이서진, 곽선영, 서현우, 주현영 그리고 17명의 에피소드 주인공들이 이뤄낸 완벽한 콜라보였다.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가 가장 심혈에 기울인 부분은 현실적 공감이었다. 게다가 한국 정서와는 거리가 먼 원작을 현지화하는 것도 중요했다. 그래서 에피소드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배우들과 매니저 등 관계자들을 열심히 인터뷰하고 업계를 더 자세히 조사하며 현실을 들여다봤고, 단순히 업계의 이면을 넘어 일도 사랑도 완벽하지 않은 ‘우리들’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었다. 별세계에 살고 있는 누군가의 인생도 들여다보면, 그 안엔 인간적 고민에 상처받고 갈등하고 또 그걸 극복하려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것에 공감하고 응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하는 게 바로 제작진의 의도였다. 결론적으로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는 현실감과 현지화 이 모든 것을 손에 거머쥐었다. 박소영, 이찬, 남인영 작가는 원작의 재미와 매력의 선을 지키면서도, 이를 찰떡같이 한국적으로 풀어냈고, 실제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매니저들과 배우들이 지닌 고민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는 평을 받았다. 시청자들은 화려한 스타와 매니저가 아닌, 보통의 고민을 가진 한 인간으로서 그들에게 공감했다. 여기에 ‘SNL코리아’, ‘막돼먹은 영애씨’ 등을 통해 쌓아온 백승룡 감독의 트렌디한 감각과 흥이 화룡점정으로 더해지니 뭉클한 감동과 유쾌한 웃음까지 꽉 잡았다. 픽션과 리얼리티의 경쾌한 줄타기가 기분 좋게 생경한 경험을 선사하며 안방극장을 홀릭시킨 순간이었다.
◇올 겨울, 미리 받은 12개의 따뜻한 크리스마스 선물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매 에피소드마다 따스한 감동을 품고 있었다는 점에 있다. 첫 방송 전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백승룡 감독은 “17명의 에피소드 주인공과 메쏘드엔터 매니저들과 함께 12개의 마법 같은 동화를 만들었다”라고 예고한 바 있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저마다의 고민과 꿈을 가지고 있던 에피소드 주인공들에게 마법 같은 판타지씬을 선물했다. 나이와 커리어의 상관관계로 피부과 시술까지 고민한 조여정은 그녀가 어떠한 모습이던 최고의 배우로 대해줄 따뜻한 매니저 중돈과 함께 드넓은 하늘을 누볐다. 자신의 이미지에서 비롯된 캐릭터보단 뜨거운 멜로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던 김수미는 그녀가 좋아하는 나팔꽃 형상이 수놓은 무대에서 멋있는 남자 배우와 뜨거운 춤을 췄다. 또한 ‘오징어 게임’으로 얻게 된 전 세계적인 인기에 대한 압박감과 부담감에 유리 다리에서 추락하는 꿈을 꾸던 김주령은 멋진 날개를 활짝 펴고 훨훨 날았다. 이 모든 판타지엔 “작품 속 모든 주인공에게 행복한 순간을 선물하고 싶었다”는 백감독의 따뜻한 의도가 있었다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