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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6개월 만에 대표팀 부름을 받았지만 정장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이강인을 향한 한국 축구 대표팀 ‘캡틴’ 손흥민(30·토트넘)이 생각이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자신이 겪었던 경험과 진심어린 애정이 담겨있었다.
손흥민은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메룬 축구 대표팀과 A매치 평가전에서 전반 35분 헤딩 결승 골을 터뜨려 한국 대표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23일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 프리킥 동점골을 터뜨린데 이어 9월 A매치 2경기에서 연속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예상대로 이강인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1골 3도움을 기록하며 1년 6개월 만에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은 이강인은 팬들의 기대와 달리 이번 A매치 2연전에서 1분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후반전 중반 이후에는 관중석에서 계속 이강인의 이름이 불렸지만 벤투 감독은 냉정하게 자신의 생각대로 경기를 풀어갔다.
벤투 감독은 “우리 팀에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분석했한 뒤 다른 옵션을 선택했을 뿐이다”며 “선수의 문제가 아니라 전술적인 선택이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많은 팬이 강인이를 보고 싶어하셨을 것이고 나도 축구 팬으로서 강인이가 대한민국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경기하는 것을 보고 싶다”며 “하지만 감독님도 그런 결정을 한 이유가 있으실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인이만 경기를 뛰지 않은 건 아니다. K리그에서 잘 하는 선수들도 대표팀에서 경기를 뛰고 싶을텐데 얼마나 실망했겠나”라며 “그런 상황에서 모든 관심이 강인이한테만 가면, 강인이에게도 큰 상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나도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면서 “우리가 강인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지 않나 되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손흥민은 이강인 뿐만 아니라 양현준(강원), 조영욱(서울) 등도 이번 A매치 기간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다른 선수들의 마음도 어루만졌다.
손흥민은 “내가 사실 어떤 위로도 안 될 것”이라며 “오랜만에, 또 처음 대표팀에 와서 얼마나 팬들에게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겠나. 실망감이 클 텐데 한마디 한마디 해주고 따뜻하게 한 번 안아주며 마음을 전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월드컵을 앞두고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승리한 결과에 대해 손흥민은 “월드컵 전 마지막 출정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승리해 기분이 상당히 좋다”며 “보완해야 할 점은 분명히 있지만,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했던 노력은 분명히 칭찬을 받아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월드컵은 축구의 축제이자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며 “우리는 약팀이고 ‘언더독’이지만, 축구가 가장 아름다운 스포츠인 이유는 약한 팀이 강팀을 이길 때 사람들이 더 좋아하고 열광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더 많은 준비를 해서 강팀을 상대로 놀라운 모습을 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팬들의 부정적인 시선도 있겠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응원해주신다면 월드컵에서 국민과 축구 팬분들이 축제를 즐기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