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애의 씨네룩] 여성 영웅 서사로 젠더지수 높인 마블

씨네LOOK…'캡틴 마블'
미스 캐스팅 논란 있지만
  • 등록 2019-03-06 오전 9:06:14

    수정 2019-03-06 오전 9:06:36

영화 ‘캡틴 마블’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오스카 수상자 브리 라슨을 둘러싼 미스 캐스팅 논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블(스튜디오)은 마블이다.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이 촉발시킨 미투운동이 마블에 질문을 던졌다. 그 영리한 대답이 ‘캡틴 마블’이다.

‘캡틴 마블’은 크리족 행성 할라를 배경으로 잃어버린 기억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전사 비어스(브리 라슨 분)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러던 중 동료가 스크럴에게 붙잡히고 비어스는 동료를 구하러 갔다가 지구에 불시착, 그곳에서 정보기관 쉴드의 닉 퓨리(사무엘 L. 잭슨 분) 요원을 만난다. 비어스와 닉 퓨리는 외계 종족에 노출돼 위험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공조한다.

‘캡틴 마블’은 마블에서 선보이는 여성 슈퍼 히어로 첫 솔로무비다. 지난 10년간 남성 영웅 서사를 줄기차게 보란 듯 성공시킨 마블은 캡틴 마블을 내세워 여성적 서사에 도전했다. 영화는 성평등을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더 관심이 쏠렸다.

한 마디로 ‘캡틴 마블’은 마블의 젠더 관점을 반영한 여성 슈퍼히어로 영화다. 이를 위해 우주를 빌리되, 시간을 현재나 미래가 아닌 과거로 돌렸다. 공간적 배경은 히어로의 초능력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시간적 배경은 “여자는 못 해” “여자는 안 어울려”라며 지금보다 사회 진출의 장벽이 더 높았을 시기에, 유리천장과 사회 통념에 좌절하는 여성 파일럿의 이야기를 통해서 젠더 이슈를 건드린다. 인종 차별을 비틀어 꼬집었던 ‘블랙팬서’에 이어 ‘캡틴 마블’은 내내 억압을 받아온 여성을 통해 “통제를 깨라”는 성 차별에 꽤나 직설적인 화법으로 슈퍼히어로물에 시대의 고민을 담았다.

미스 캐스팅 지적도 있었듯, 비교적 잘 구축된 스토리나 캐릭터에 비해 히어로를 맡은 브리 라슨의 존재감은 아쉽다. 주먹을 날리고 발을 휘두르며 괴력을 발휘하지만, 장면의 장악력이나 서사를 끌어가는 힘이 약하다. 매 시리즈 짧은 분량에도 강렬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던 블랙 위도우의 스칼렛 요한슨과 비교된다. 배우의 성향 및 발언을 둘러싼 페미니즘 논란은 영화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 미지수다.

‘어벤져스:엔드 게임’에 이르는 마지막 관문이자, 최종 게임의 키를 쥔 캐릭터라는 사실만으로도 ‘캡틴 마블’은 매력적이다. 캡틴 마블의 힘의 기원을 이해하고, 능력의 정도를 헤아리는데 도움이 된다. 한쪽 눈을 잃기 전 현역 시절의 닉 퓨리 국장과 예상 밖 ‘신스틸러’ 고양이 구스의 ‘케미스트리’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쿠키 영상 2개. 러닝타임 123분. 등급 12세 관람가. 6일 개봉. ★★★(★ 5개 만점, ☆ 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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