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고난 입담꾼이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금세 빠져들었다. 안성부터 제주도까지 자전거 일주, 1년2개월에 걸친 세계일주 등 모험담을 듣다보니 시간이 훌쩍 흘렀다. 말솜씨가 좋다는 말에 “언젠가 라디오 DJ를 하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배우 김재화였다.
이 같은 활기찬 에너지를 바탕으로 요즘 주말 브라운관을 책임지고 있다. MBC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300’(이하 ‘진사’)로 매주 금요일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지난달 25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토일 미니시리즈 ‘나인룸’(극본 정성희·연출 지영수)도 있었다.
‘나인룸’은 김재화의 카멜레온 같은 매력을 엿볼 수 있었다. 그가 연기한 감미란은 주인공 김희선·김해숙의 조력자다. 이혼만 4번, 전과 13범인 유혹의 달인이란 설정을 살리고자 외양부터 힘을 줬다. 금발 가발을 포함해 7개의 가발을 썼다. 원색 오버 코트, 플라워 프린트 셔츠, 골드 스커트 등 강렬한 스타일링이 눈길을 끌었다.
“평소엔 ‘진사’에서 받은 체육복을 입는다. 대본을 보면 인물에 대해 ‘화려하다’는 묘사가 많았다. 과감하게 시도했다. 출산 후 오랜만에 그런 옷들을 입으니 신났다.”
|
병영체험인 ‘진사’는 자신의 한계와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특전사 편은 에이스로 불리는 그에게도 도전이었다. 그는 “어떤 훈련은 끝나고 손이 떨려 숟가락을 들 수 없었다. 마치 출산한 다음날인 기분”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평생 살면서 해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 아닌가. 부상 없이 무사히 촬영을 끝냈다”고 덧붙였다.
“배우는 일이 없으면 백수가 된다. 백수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타고난 호기심도 있다. 육아를 하면서 ‘배움’을 싹 끊었다. 아이들에게 배울 것이 많다.”
2015년 결혼한 그는 두 아들을 둔 워킹맘이었다. 작품에 들어가면 남편이 김재화의 몫을 적극 채운다. 그렇게 조금씩 일과 가정의 조화를 이루는 법을 익혀가고 있다. 물론 처음엔 그도 서툴렀다. 연기를 접을까 생각한 날도 있었다. 동료 워킹맘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엄마는 아이를 위해 사는 게 아닌 같이 살아가는 것”이란 말이었다.
“오래도록 꾸준히 배우라는 직업을 이어가는 것, 그게 목표다. 본심을 잃지 않고 길게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