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의 보크, 허투루 볼 수 없는 이유

  • 등록 2016-06-08 오전 6:00:00

    수정 2016-06-08 오전 6:00:00

양현종. 사진=KIA 타이거즈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KIA 좌완 에이스 양현종은 지난 5일 광주 넥센전서 6이닝 2실점(1자책)으로 잘 던졌다. 의미 있는 등판이었다. 이전 3경기서 평균 자책점이 7.02나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투구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양현종은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다. 평균 자책점 3.79로 나쁘지 않지만 그가 올 시즌 거둔 승리는 단 1승 뿐이다. 그 사이 6패나 당했다. 심리적으로 쫓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까진 그냥 운이 나빴다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넥센전서 양현종에게서 좋지 않은 플레이가 나왔다는 점은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바로 보크가 그것이다.

양현종은 0-0이던 4회 선두 타자 김하성에게 안타를 맞은 뒤 견제를 하다 보크로 주자를 2루까지 보내줬다. 결국 이 실수는 실점으로 이어졌다.

보크는 언제든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양현종이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양현종은 도루를 잘 허용하지 않는 선수였다.

지난 해 184.1이닝을 던지는 동안 14개의 도루만 내줬다. 도루를 저지한 것은 46%나 됐다. 30%만 넘어도 훌륭한 도루 저지율이라고 한다. 양현종은 도루를 잘 막아내는 투수였다는 뜻이다. 그건 견제를 잘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 시즌의 양현종은 다르다. 78.1이닝을 던지는 동안 9개나 도루를 허용했다. 지난 해 허용 페이스를 훌쩍 넘어섰다. 막아낸 것은 3번 뿐이다. 저지율이 25%로 뚝 떨어졌다.

양현종의 투구폼에서 뭔가 다른 점이 발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미세한 차이를 읽어내기 위해 양측의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는 것이 바로 발야구다. 현재의 도루 저지율이라면 앞으로도 도루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날의 보크는 그 연장 선상에서 분석해 볼 수 있다.

안경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에이스가 승리 추가를 못하게 되면 팀이 전체적으로 위축된다. 도루 같은 작은 부분까지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에이스의 부진은 자칫 타선의 위축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양현종은 승리에 대한 부담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상대 발 야구에 대한 마음의 짐까지 짊어지게 된다면 적잖은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다. 과연 위기의 양현종이 이중고를 넘어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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