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핫무비]이건 스포일러가 아니야..'그놈이다'의 디테일 셋③

  • 등록 2015-10-30 오전 7:40:00

    수정 2015-10-30 오전 9:09:33

‘그놈이다’ 포스터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영화 ‘그놈이다’가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실시간 예매율부터 1위를 차지하더니 박스오피스 정상에 단숨에 올랐다. ‘더 폰’, ‘특종: 량첸살인기’ 등 국내 신작은 물론 ‘마션’과 ‘인턴’ 등 외화 강세도 밀어냈다.

‘그놈이다’는 세상에 하나 뿐인 가족, 여동생을 잃은 오빠 장우(주원 분)의 처절함을 담은 작품이다. 한적한 어촌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이 마을 풍습에 따라 고인을 기리는 천도재가 열렸고,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내 여동생을 죽인 범인, 바로 저놈이다’라는 장우의 직감으로 영화의 추격전이 시작된다. 귀신 보는 여자 시은(이유영 분)과 귀신이라도 보고 싶은 장우의 공조로 스릴러와 호러를 오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끝에 범인인 듯 범인 아닌 범인 같은 너로 관객과 ‘추격썸’을 벌이는 민약국이라 불리는 약사(유해진 분)가 있다.

영화는 극명한 선악 구도를 보여주는 듯 포장됐지만 하나의 사연과 또 다른 사연이 충돌하는 ‘텔링(Telling)’의 힘이 강렬한 영화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스포일러가 되기 십상인 영화다. 줄거리를 떠나 알고보면 이해가 편할 숨은 디테일을 공개한다. 윤준형 감독이 들려준 ‘그놈이다’ 속 숨은 코드들이다.

△그 형사는 왜 그렇게 장우를 때렸나

사람이 죽었다. 조사는 경찰이 한다. 범인을 잡는 일도 경찰 몫이다. 근데 영화에선 여동생을 잃은 오빠 장우가 주구장창 뛰어다닌다. “귀신 보는 애가 OOO이 범인이라고 했단 말어요!”라는 말을 2015년 요즘 100%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지만 그래도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경찰은 장우를 외면한다. 오히려 죽어라 팬다. 다시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할 수 없도록 발로 차고 또 찬다. 영화를 보며 ‘어떻게 경찰이 사람을 저렇게 때릴 수 있어?’라고 의아함이 생길 정도다.

윤 감독은 “물론 현실성이 좀 떨어지는 장면”이라며 웃었다. 영화를 만든 입장에선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한적한 마을이다. 인구 수가 워낙 적어 한 집 건너 다 아는 사이다. 윤 감독은 그러한 배경에 따라 경찰과 장우가 이미 악연으로 얽힌 관계라는 설정을 숨겨뒀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경찰은 장우를 무시하고 비아냥거리는 말만 한다”며 “이미 장우와 감정이 좋지 않은 사람이었다는 걸 은연 중에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인물 간 디테일이 ‘그놈이다’의 완성도를 높인 윤 감독의 기술이었다.

‘그놈이다’ 이유영
△시은이는 왜 성경책을 품고 다녔나

귀신을 본다. 그리고 그 귀신은 앞날을 알려준다. ‘귀신 보는 소녀’ 시은은 ‘귀신 취급’ 당하는 존재다. 물걸을 사러 가게에 들어가도 그에게 돈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 그가 지나가는 길엔 소금이 폭우처럼 쏟아질 뿐이다. 시은은 조롱의 대상이기도 하다. 겁 없는 10대들은 그를 괴롭히고, 그를 놀린다. 늘 품고 다니는 성서는 귀신 보는 소녀의 정체성과 어울리지 않는 장치다. 영화 속에서 시은은 그래서 더 놀림의 대상이 된다.

윤 감독은 시은의 설정에도 영화에서 못 다 보여준 부분이 많다고 했다. “다 넣자면 10분 정도는 더 길어졌을텐데 스릴러 장르에서 속도감은 생명”이라며 “이야기 대신 스피드를 선택했다”고 이유를 들었다. 윤 감독에 따르면 시은은 목사 아버지를 둔 딸이었다. 그런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신내림을 거부한 인물이었다. 끝까지 성서를 품에 안고 귀신이 자신을 부를 때마다 주기도문을 외우며 정신을 잃어가는 모습도 그런 배경에서 완성됐다.

△촬영은 왜 미더덕 마을에서 했나

‘그놈이다’는 창원의 어촌 마을에서 80% 촬영이 진행됐다. 국내 미더덕 생산의 80%를 책임지는 미더덕 마을이다. 사실 이곳은 ‘부촌’으로 통한다. 사치를 부리거나 부를 자랑하는 성향은 아니다. 다만 생활에 여유가 있어 풍요로움을 누릴 줄 아는 주민들이 모여 살고 있다. 윤 감독은 “미더덕의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3개월만 일을 하시는데 그렇게 벌어서 자식 대학을 다 보냈고 부모 세대는 쉬면서 저마다의 생활을 즐기신다”며 “촬영할 때는 주민들이 바빠지기 직전이라 감사하게도 협조를 잘 해주셨다”고 말했다.

윤 감독이 미더덕 마을을 고집한 이유는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세트 촬영도 최소화하고 마을에 있는 그대로의 집과 가게 풍경을 최대한 활용했다. 영화에서 주민들끼리 모여 도박판을 벌이는 장소로 등장하는 다방은 실제로 이웃끼리 모여 시간을 보내는 ‘사랑방’으로 통하는 곳이기도 하다. 윤 감독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를 제대로 밟고 다녔다”며 “창원의 어촌 마을인 ‘미더덕 마을’을 발견하고 ‘바로 여기다’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래야 한다’는 조건을 갖고 촬영지를 물색한 건 아니었다. 윤 감독은 “실제로 그 마을은 횟집 옆에 정비소가 있고,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 속에 질서가 있는 곳이었다”며 “영화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귀신이 떠도는 곳으로 그려놔 좀 죄송스러운 마음이 생긴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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