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사이 그가 만난 배우들은 참 다양하다. 나이와 위치, 캐릭터 모두 다르다. 그 가운데 국내에서 손꼽히는 스타이자 배우로 자리잡은 이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배우 안재현은 인정한다. 운이 좋은 사람이고,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민망해서인지 좋아서인지, 그런 말을 하면서는 꼭 옅은 미소를 짓다 헛웃음을 터트린다. 안재현에게서 그런 흐트러진 미소를 보는 일이란 드문 일이다. 그는 “진짜 공부 잘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전문학을 팠”고, “링컨도 직업이 100개나 됐다”며 직업의식을 강조하는 진지한 매력을 지닌 청년이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이후 ‘너희들은 포위됐다’로 안방극장을 휘어잡고 영화 ‘패션왕’으로 스크린 데뷔와 동시에 주연을 꿰찼다. 탄탄대로 위를 승승장구했다. 스스로 ‘운과 인복을 타고난 사람’이라 인정했어도 쉽게 생각할 일만은 아니다. 안재현은 “내가 그런 복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배신하지 않기 위해 몇 배로 노력한다”고 말한다.
안재현도 마찬가지다. 그가 하는 노력은 특별할 게 없다. 배우로서 작품을 위해 시간과 정성을 투자하는 건 당연하다. 틈 나는대로 책을 읽으며 생각을 확장시키고 정치와 경제, 사회 등 사회의 모든 부분에 시야를 확보해둔다.
“지금 친구들이 정말 다 잘 나간다. 대기업에 입사해 돈도 잘 벌고, 누구나 알 만한 곳에서 국가적으로 뿌듯한 일에 나서는 친구들도 있다. 나도 나대로 열심히 내 길을 걷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그들에게 뒤쳐지지 않고 나만의 분야를 만들기 위해 고전문학을 읽었었다. 괴테부터 시작해서 쭉 섭렵했다. 그러면서 책을 접하게 되고, 한 구절만 읽고도 다양한 생각을 하는 습관을 길렀던 것 같다. 15세기나 18세기나 사람의 생각은 다 같더라. 아주 예전 세상의 얘기를 접하는 것이지만 요즘 사회에서도 충분히 통하는 매력이 있다.”
|
지금 그는 배우라는 확고한 꿈을 찾아 어느 때보다 투철한 직업의식에 열정을 다하고 있다. “하루를 꽉 채우고 싶다”는 바람으로 20대를 온전히 투자하는 시간으로 보낼 각오다. 그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안재현은 마음 속 깊이 한 마디를 새기고 오늘을 산다.
“차승원 선배님이 ‘싸구려 연기는 없다’라는 말을 해주셨다. 장르가 다를 뿐, 역할이 다를 뿐, 카메라가 비추는 얼굴의 위치가 다를 뿐, 어떤 연기도 값어치가 있다는 말이다. 주·조연의 비중은 중요하지 않다. 특히 나 같은 신인에겐 누군가 가져주는 믿음을 부담의 무게로 얹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20대는 투자의 시간이다. 아낌없이 쏟아 부을 것이다. 어떤 것도 돌아오지 않고 잃어버리는 것이 많더라도 상관없다. 30대에 돌아올 것이고, 40대에 밑거름이 될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