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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공연은 올해 5개 도시에서 총 1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여느 아이돌 부럽지 않은 찬사를 받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클라이맥스가 따로 없는 폭발적인 에너지와 화려한 무대 연출, 관객과의 호흡이 있기 때문이다.
공연의 3요소는 관객·무대·가수(배우)지만 김장훈 싸이의 완타치에서는 지구력·근력·끈기로 바뀐다. 그렇게 김장훈과 싸이는 관객을 미치게 하는 가수다. 두 사람의 무대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이들은 관객이 아닌 광객(狂客)이 된다.
실제로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4일간 서울 방이동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김장훈 싸이 완타치 형제의 난` 공연은 명불허전이었다. 영하 11도의 한파주의보가 발령된 추운 날씨에도 공연장 안은 후끈 달아올랐다. "지치면 지는 거고 미치면 이기는 거다"는 두 사람의 외침에 관객들은 공연 시작부터 두 발을 굴러 심장박동수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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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서막은 싸이가 열었다. 겨드랑이에 땀이 많이 차 생긴 자신의 별명 `겨땀`을 `겨울을 녹이는 땀`이라고 재해석한 그는 `라잇 나우`(Right Now), `연예인`으로 시작부터 공연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1대당 수억 원짜리라는 스피커는 공연장 바닥이 들썩일 정도의 빵빵한 음향시설을 자랑했다. 또한 레이저조명 13기와 사이키 조명, 쉴 새 없이 터지는 폭죽, 3D 영상, 대형버스, 셰이크 스테이지 등 특수 장치는 공연의 절정을 이끌어내는 데 일조했다. 싸이의 히트곡과 함께 계속되는 개그맨 못지않은 그의 애드리브는 관객들에게 폭소탄을 안겼다. 공연장 안 스탠딩석과 좌석의 구분은 처음부터 의미가 없었다.
무대를 마친 후 김장훈은 "20년 전 `무위무사`(舞爲武士, 춤추는 무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뤘다. 무대를 위해 늘 무장된 사람, 난 늘 그렇게 살아왔다"고 자신 있게 말했고 팬들은 큰 환호성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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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4부에서 김장훈과 싸이는 합동무대를 꾸몄다. 두 사람에게 팬들은 `완타치`를 연호, 더 이상 커지려야 커질 수 없을 것 같던 함성이 더욱 고조되는 놀라운 에너지를 발산했다.
일단 노래 `커플`로 호흡을 맞춘 김장훈과 싸이는 서로의 대표곡인 `난 남자다`와 `연예인`을 각각 바꿔 부르는 이색 무대로 몸을 풀었다. 이어 두 사람은 여장 대결로 관객들을 충격과 폭소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고 김현식의 곡 `내사랑 내곁에`로 정규 공연을 마무리한 김장훈과 싸이는 "수많은 히트곡을 뒤로 한 채 가기 아쉽다"며 오히려 팬들에게 앙코르를 구걸(?), 무려 4시간 가까이 돼서야 공연의 막을 내렸다.
아쉽지만 두 사람의 공연은 오는 31일 부산 실내체육관이 마지막이다. 내년 완타치 공연은 없다. 언제 다시 두 사람이 뭉쳐 공연을 선보일 지는 미지수다. 그간 가요계에서 김장훈과 싸이의 합동 공연은 반칙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어 왔다. 공연계의 흥행 보증수표인 두 사람이 뭉쳤을 때 그 파급력이 워낙 막강해서다.
한 공연 관계자는 "김장훈과 싸이의 자유분방하면서도 진취적인 성격은 창의적인 무대 연출과 폭발적인 무대를 이끌어 낸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음악적 스타일은 다르다.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 조화를 이루며 지루할 틈 없는 구성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마치 인생의 희노애락을 다 담고 있는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관계자는 "싸이가 기쁨과 열정의 무대를 꾸민다면 김장훈의 무대에는 슬픔과 분노, 그 속에 희망이 담겨 있다. 이 둘의 조합이 그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한 편의 뮤지컬 같은 공연을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