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출국 인터뷰 "많은걸 느낀 시간이었다"

  • 등록 2007-12-26 오후 12:53:40

    수정 2007-12-26 오후 1:02:57

▲ 26일 박찬호가 출국에 앞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기자회견 많이 해봤는데 오늘처럼 긴장하긴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94년 다저스 입단하는 기분이네요."

박찬호(34.LA 다저스)는 몇번씩이나 "미안하다. 긴장된다"는 말을 했다. 숱한 기자회견을 경험해 본 그였지만 평소 분위기와는 달랐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도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인 듯 보였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매우 편안했다. "잘 했을때 한국에 왔을때 보다 이번 방문이 훨씬 도움이 많이 됐다"는 그의 말 처럼 고국의 사람들 사이에서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박찬호는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기대를 갖게 된 시간이었다"고 출국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박찬호와 일문 일답.

-미국 돌아간 뒤 스케줄은.
▲오늘 이렇게 이쪽에서 출국 인터뷰를 하려 했던 것은 오전에 공항에서 번거롭게 하는 것 보다 근처에서 인터뷰 하고 가는 것이 편할 것 같아 전했던 것인데 중대한 얘길 하는 것 같은 분위기라 큰일났다.

죄송하게 됐다. 이틀 전에 약속해놓고 스케줄 변동이 있었다. 개인적인 일도 있었고 아내가 요리책을 쓰는데 하루가 더 필요해서 사정했다. 요리책은 결식아동 돕기용 책이다.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해 연기했다. 중대한 발표 기대하고 오신 건 아닌지... 큰일났네...

-미국 돌아간 뒤 스케줄은.
▲계획은 이번달 까지는 쉬고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한다. 그동안 10월 11월 쉬어야 할 시간에 운동했다. 한 시즌을 가기 위해선 12월의 휴식이 필요하다. 트레이너 조언이다. 휴식기간을 한국에서 보내면서 가족과 친구들 결혼식에 참석하며 보냈다. 훈련은 개인적으로 하게 될지. 다저 스타디움에서 하게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가 봐야 알 것 같다.

-1,2월 시범경기 전까지 훈련의 주안점이 있다면. 
▲대표팀에 있을 때 선동렬 감독께서 투구폼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 주셨다.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됐다. 그동안 밸런스를 잡기 위해 폼의 속도에 많은 생각을 했다. 선 감독님은 좀 더 오른쪽 다리에 의식을 두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게 오히려 더 기본이 아닌가 싶다. 일부러 스트라이드를 넓게 가려 하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받쳐줘야 자연스럽게 넓어지고 체중이 실리니까 파워도 생기는 느낌이었다. 
 
또 하나 바뀐 것은 웨이트 트레이닝에 대한 생각이다. 무조건 많이 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란 걸 느꼈다. 웨이트는 줄이고 유산소 운동쪽으로 비중을 두고 있다.
 
어찌됐든 김성근 감독님께서 오래전부터 해주셨던 얘기와 대만에서 경험 등을 모아서 준비할 것이다.
 
-친정팀에 돌아가게 됐는데.
▲다저스라는 팀이 내게도 그렇고 한국 사람들에게도 그렇고 첫 메이저리그 팀으로 인식돼 있다. 기대하고 있고 소망하는대로 계획하는대로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는 것이 목표다.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이다. 과거 젊음이 있었기에 잘하던 잘못하던 도전한다는 느낌이었지만 이젠 성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마음이 무겁지만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늘 도전한다는 생각을 한다. 과거처럼 몰라서 외롭지는 않을 것 같다. 육체적으로 안되는거야 어쩔 수 없는 거니까.
 
-구체적인 목표는.
▲20승에 사이영상 할까요(웃음). 메이저리거로 한시즌을 잘 해야 또 다음 기회가 오는 것이다. 지난해 약간의 시행착오로 어려움을 겪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내후년에도 기회가 생긴다. 내년이 미국 생활에서의 수명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줄고 있는데.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한다. 한국 선수들 줄어들고 있는 반면 아시아 선수들은 늘어나고 있다.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언젠가는 많은 선수들이 올 수도 있고 반대로 더 좁아질 수 있다. 한국내의 야구 발전에 달려 있다. 일본과 비교하면 일본은 많은 것들이 갖춰져 있다. 선수들이 얼마나 지식과 인성이 갖춰져 있느냐가 중요하다. 큰 무대에서도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느냐를 따졌을때 일본은 그런 선수가 많다. 과거 많은 선수들이 해외에 나가면서 그걸 막는 법이 생겼고 그런 것들이 결국 현재에 영향을 주고 있다. 나중에 한국 야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많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재응 최희섭 등 후배들이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잘했다 못했다 할 수 없다. 자신들의 느낌이 있기 때문에 그런 판단은 할 자격이 없다. 다만 그들이 들어와서 국내 야구가 발전하고 기여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축하도 해주고 싶다. 좋은 것들을 배우고 왔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국내에 전달할 수 있길 바란다.

-다저스가 구로다를 영입했는데
▲저는 이제 큰 비중이 있는 선수 아니다. 저한테 뭔가 팀에서 바라는 것과 필요한 것이 있을것이다. 스프링캠프를 통해서 그걸 보여줄 수 밖에 없다. 다저스는 앞으로도 더 좋은 선수,더 나은 선수를 데려오고 싶어할 것이다. 기회가 좁아지면 좁아질수록 제 자신과 싸움이 중요하다. 

-선발만 고집할 것인가. 
▲고민이 많다. 불펜으로 메이저리그에 남아달라고 한다면 안할 필요는 없다. 메이저리그에 가서 던지는 모습을 보이고 하다보면 선발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몇번 경험 해봤지만 구원투수는 몸 푸는 시간이 짧아 내게 부상 위험이 많다. 지금 제 느낌으로는 선발투수로 하겠다는 욕심이 많다. 제가 던지는 경기를 보고싶어하는 팬들도 있다. 선발이 아닌데 메이저리그에 남겠다고 몸부림칠 필요가 있나 생각해봤다.

-팬들에게 새해인사를 한다면. 
▲이번 고국방문 기간이 나에게는 과거의 메이저리그서 큰 활약을 했을때보다 알차고 뜻깊은 시간이었다. 많은 걸 배우고 얻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올림픽 예선에서 주장이라는 중책도 맡고 한국 야구 원로분들과 만날 시간도 있었다. 그 전에는 한국에 들어오면 왕따같은 느낌도 들었는데 이번엔 서로 인사하고 하는 선수 많아져 자리가 불편하지 않고 재밌었다. 새해에는 야구 발전이 더욱 이뤄지길 바라겠고 보다 많은 꿈나무들이 야구로 꿈을 키울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새로운 대통령께서 야구를 살려주셔서 국민들의 정신건강과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길 바란다. 어려운 분들이 좋아져서 살기 좋고 웃음이 많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 부모님도 건강이 좋아지셨으면 좋겠다. 

(사진=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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