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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박미애기자] 영화 '즐거운 인생'의 철없는 백수, 정진영. 영화 속 이미지를 고스란히 안고 그를 찾았다.
사뿐이 날리는 곱슬머리, 더없이 편안한 느낌의 셔츠, 그리고 청바지... 여기에 천진난만한 미소까지 더해지니 영락없는 영화 속 '기영'이다. 하지만 배우 정진영은 '기영과 닮은꼴'이라는 말에 "배우가 극중 인물일 수야 있나요"라며 손사레부터 쳤다.
무수히 많은 전작들을 통해 배우와 캐릭터 사이 좀처럼 깨기 힘든 벽을 보란 듯이, 너무나도 손쉽게 무너뜨려온 정진영이다. 물론 그는 좀처럼 그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지만 말이다.
"에이...진짜요? 그럴리가요. 예전엔 연기에 대한 강박관념이 심했어요. '난 왜 연기를 이 것밖에 못하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배우는 시간을 투자해서 극장에 찾아오는 관객을 위해 최고의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요. 그래도 요즘엔 그 압박감이 다소 덜해지긴 했네요."
◇ 아내의 권유 없었다면 영화배우 정진영도 없었을 것
한평생 영화만을 해왔을 것 같은 남자지만 정진영은 20대 때 연극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 청춘을 연극에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정진영은 아내의 권유가 없었다면 영화를 계속하지 못했을 거라고 고백했다.
정진영이 영화와 처음으로 연을 맺은 건 영화 '초록물고기'(1997)를 통해서다. 당시 '초록물고기'의 연출부 스태프로 일했던 정진영은 캐스팅에 갑자기 문제가 생기며 배우로 긴급 투입, 얼떨결에 영화배우의 길에 들어선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다.
"'초록물고기' 찍고 나서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요. 내가 봐도 연기를 정말이지 심하게 못했거든요."(웃음)
정진영은 이듬해 영화 '약속'(1998)에 출연하며 영화배우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
"집사람이 연극하는 건 못 봤는데, 영화하는 거 보더니 계속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거예요. 집사람의 그 말에 영화했지 아니었음 못 했을 거예요."
그는 영화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지금까지 유일하게 10년을 이어온 직업"이라며 각별한 애정도 표해 보였다.
"영화배우라는 직업? 고맙죠. 영화를 하며 돈도 벌었고 우리 가정 평온하게 10년 세월 잘 살았으니까요. 연극은 10년을 못 채우고 끝냈는데 영화는 10년을 꼬박 채우고 나니 이제야 비로소 '나 영화배우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 '변해야 산다' 연기철학 실천하며 사는 중
정진영은 또 다시 영화배우로 바쁜 걸음을 재촉 중이다. 영화 '즐거운 인생'의 철없는 기영에 머물러 있을 새가 없다. 정진영은 최근 차기작으로 '님은 먼 곳에'를 점찍고 또 다른 연기 변신을 준비 중.
이번에는 악역이다. 전쟁에 참전한 남편을 만나기 위해 위문 공연단에 들어가는 여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에서 정진영은 단장을 맡아 이기적이고 돈만 밝히는 속물로 분한다.
정진영은 매 작품마다 다른 얼굴, 다른 연기로 기대감을 갖게 했다. "변해야 산다"는 건 배우 정진영의 연기 철학이기도 하다.
"변해야 하고, 계속해서 채워야죠. 나이가 들고 삶이 안정되면 도전정신이 약해지게 마련이에요. 그건 안좋은 거잖아요. 아니, 나이가 들수록 안정돼 간다는 거, 그건 사실 겁나는 일이기도 해요. 그래서 방송도 그만뒀지요."
정진영은 2006년 1월, 3년 넘게 진행했던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그만뒀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제 영화배우 생활 10년인데 그렇게 오래 한 것도 아녜요. 고작 12편 밖에 안 했는데요 뭘. 지금껏 10년을 해왔으니 앞으로 10년은 더 연기하자 그런 생각도 없어요. 다만 몇 편의 영화를 더 하게될지 모르겠지만 하는 동안만큼은 늘 새로운 모습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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