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2일 오후 10시(한국시간) 베트남 비엣트리에서 ‘디펜딩 챔피언’ 태국과 미쓰비시컵 결승 1차전을 치른다. 미쓰비시컵은 ‘동남아시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대회로 정식 명칭은 2024 아세안(ASEAN) 미쓰비시일렉트릭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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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식 감독은 지난해 6월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그전까지 베트남 대표팀은 2023년 박항서 감독의 후임으로 부임한 필립 트루시에 감독이 팀을 이끌었지만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박항서 감독이 5년여 동안 이끈 공든 탑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맡은 김상식 감독도 처음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사령탑 데뷔전에선 필리핀을 3-2로 눌렀지만 이후 4경기 연속 무승(1무 3패)에 그쳤다. 이라크, 러시아, 태국에 패한 것은 물론 한 수 아래 전력으로 평가됐던 인도와도 1-1로 비겼다.
다행히 김상식 감독의 지도력은 통했다. 베트남은 대회에 접어들어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라오스를 4-1로 꺾은 데 이어 2차전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를 1-0으로 제압했다. 필리핀과는 극적인 무승부를 기록한 뒤 미얀마를 5-0으로 꺾고 조 1위로 준결승에 올랐다.
홈 앤드 어웨이로 진행한 준결승전에서도 베트남의 상승세는 뚜렷했다. 만만치 않은 상대인 싱가포르를 상대로 2-0, 3-1 승리를 거두며 여유있게 결승 진출을 이뤘다. 김상식 감독으로선 협회가 요구한 1차 목표를 이룬 셈이다.
이번 대회에서 베트남은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실력이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마치 2017년 9월 박항서 감독이 처음 팀을 맡았던 때와 비슷하다.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신화’가 시작된 계기가 바로 2018년 이 대회 우승이었다. 당시 베트남은 2008년 첫 우승 이후 10년 만에 박항서 감독 체제에서 두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만약 김상식 감독이 또 한 번 베트남을 우승으로 이끈다면 ‘제2의 박항서’로 자리매김할 것이 틀림없다. 앞으로 지도자로서 입지도 한층 단단해질 전망이다.
결승에 맞붙는 태국은 전력이 만만치 않다. 동남아시아 축구의 최강이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이번 대회에서 3연패에 도전한다. 2020년에는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를, 2022년에는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을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이 대회 통산 최다 우승(7회) 기록을 가지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97위다. 유일하게 100위권 이내 올라있다. 114위인 베트남보다 17계단이나 높다. 지난해 9월에 열린 A매치에서도 베트남은 태국에 1-2로 패했다. 게다가 태국은 일본인인 이시이 마사타다 감독이 팀을 이끌고 있다. 자연스럽게 ‘감독 한일전’에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김상식 감독은 “결승전에 진출하게 돼 매우 기쁘다. 이번 성과는 열정적인 팬들, 6경기 동안 팀 전체가 흘린 노력과 헌신의 결과다”며 “결승전에 올랐다고 해서 베트남 축구의 시계가 멈추는 것은 아니다. 축구 인생을 우승에 걸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