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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홀은 ‘골든벨’이라는 별명이 붙은 파3 홀이다. 골든벨은 바 또는 선술집에서 손님들의 비용을 모두 계산하겠다는 뜻으로 울리는 종이다. 하지만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12번홀은 의미가 다르다. 타수를 줄이기보다는 잃지 않는 것만으로도 환호를 받게 된다.
최종라운드 전반까지 단독 선두 달렸지만…
스피스는 골든벨을 울리지 못했다. 11일(한국시간) 끝난 마스터스 최종라운드에서 디펜딩 챔피언 스피스는 전반에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타를 줄이며 2년 연속 ‘그린재킷’을 향해 전진했다. 후반 10번홀과 11번홀에서 연속보기를 적어낼 때만 해도 2위 그룹에게 역전당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였다.
155야드의 짧은 파3홀. 스피스 정도면 9번 아이언으로 풀스윙이 아닌 콘트롤 스윙으로도 충분히 버디 기회를 만들 수 있는 홀이다. 그린 앞에 개울이 가로지르고 있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는 다. 하지만 첫 번째 티샷은 그린 입구를 맞은 후 굴러서 워터 해저드로 들어갔다. 1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흔하게 저지르는 뒤땅 샷이 나오면서 그린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물에 빠졌다.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다시 1벌타를 받은 스피스는 다섯 번째 샷을 시도했다. 상체가 들릴 정도의 강력한 스윙을 했지만 이번에는 그린을 넘겨 벙커에 들어가고 말았다. 물에 대한 공포를 벗은 스피스는 쉽지않은 내리막 벙커 샷을 홀에 잘 붙였고, 1퍼트로 마무리했다. 이른바 ‘양파’를 뛰어넘는 쿼드러플보기를 적어낸 후에야 홀을 벗어날 수 있었다.
스피스 “연습 부족…” 실망감 못 감춰
역대 마스터스 12번홀에서는 유난히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2012년과 2014년 이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던 버바 왓슨(미국)은 스피스와 닮은꼴이다. 2013년 대회에서 2연패에 도전했던 왓슨은 최종라운드 12번홀에서 워터 해저드에 세 번이나 빠진 끝에 10타를 잃고 탈락했다. 타이거 우즈(미국)는 2000년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당시 140야드로 설정된 거리를 8번 아이언으로 공략했지만 물에 빠져 트리플보기를 범했다. 그해 우즈는 마스터스를 제외한 3개의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했다. 지난 79차례 대회에서도 평균 타수 3.28타로 파3홀 중 가장 어렵게 플레이됐다.
스피스는 경기 후 “좋지 않은 때에 좋지 않은 스윙이 나왔다. 실수가 계속 나왔는데 원인은 연습 부족이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비록 마스터스 2연패 대기록은 무산됐지만 메이저대회 5회 연속 톱5 기록을 세우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스피스는 2014년 마스터스 2위, 지난해 우승, 그리고 올해 다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마스터스 사이클만 따져보면 내년이 또 우승 기회다. 2014년의 왓슨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