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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진영이 “이제는 멜로 배우”라는 말에 그을린 얼굴로 웃었다. 정진영은 최근 MBC 월화극 ‘화려한 유혹’(연출 김상협·극본 손영목)을 마치고 태국과 대만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유적지와 박물관을 돌아다니느라 얼굴이 타버렸다. 격정적이었던 극중 캐릭터에서 벗어난 듯 온화한 미소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그동안 정진영은 드라마 ‘사랑비’를 제외하고 로맨스와 거리가 멀었다. 드라마 ‘바람의 나라’, ‘동이’, ‘브레인’, 영화 ‘달마야 놀자’, ‘황산벌’, ‘왕의 남자’, ‘이태원 살인사건’, ‘평양성’ 등 주로 카리스마 넘치는 굵직한 역할이었다. ‘화려한 유혹’ 속 야심가 강석현 역은 그에게 도전이었다. 야욕으로 가득 찬 악인이지만 사랑을 통해 변모하는 인물이었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정진영은 극중 최강희와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과거 연인과 닮은 은수(최강희 분)에 대한 관심이 사랑으로 발전해 결혼에 이른다. 죽음을 앞두고 깊이 뉘우치는 이유도 사랑 때문이다. 극중 30세 이상 나이 차가 나는 커플이었지만, 정진영의 진정성 어린 연기 덕분에 거부감 대신 지지를 얻었다. 극중 나이가 정진영의 실제 나이 보다 훨씬 많은 68세로 설정됐기 때문에 애청자들은 그에게 ‘할배파탈’(할아버지+옴므파탈의 조어)이란 애칭을 붙여줬다. 그는 최강희와 멜로에 대해 “자연스러웠다”고 말했다.
“(최)강희씨 눈이 굉장히 예뻐요. 멜로는 서로 눈을 바라보면서 연기를 하잖아요. 강희씨 눈을 바라보면 사랑의 감정이 저절로 끌어 올랐어요. 극중 대사처럼 촬영 현장에서도 저를 보고 웃어주면 그게 참 좋더라고요. 강희씨는 개성 있는 독특한 배우인데, 은수라는 캐릭터와 잘 맞았어요. 강희씨가 아니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덕분에 절실하게 느끼면서 연기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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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리즘이 찾아오지 않게끔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작품을, 연기를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매번 어려운 방법을 찾는 거예요. 그러면 매너리즘에서 그나마 멀어져요. 그런 의미에서 ‘화려한 유혹’은 신선한 자극이 됐어요. 운동선수도 컨디션이 늘 일정치 않듯, 배우도 작품에 따라 달라요. 이번에는 영적인 컨디션이 좋았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