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질주의 원동력, '분업화'와 '측면 장악'

  • 등록 2009-10-22 오전 11:35:14

    수정 2009-10-22 오전 11:35:14

▲ 움 살랄과의 AFC챔스 4강전에서 골을 터뜨린 후 기뻐하는 포항 선수들(사진_포항스틸러스)


[포항 = 이데일리 SPN 송지훈기자] 포항스틸러스(감독 세르지오 파리아스)가 카타르의 강호 움 살랄(감독 제라르 질리)을 꺾고 AFC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소중한 승리를 거뒀다.

포항은 21일 오후7시30분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AFC챔스 4강 1차전 홈 경기서 황재원(전반45분)과 김재성(후반34분)의 연속골을 앞세워 움 살랄을 2-0으로 완파했다.

결과 못지 않게 내용 또한 훌륭했다. 포항은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속에 경기 내내 주도권을 유지하며 움 살랄을 상대로 파상 공세를 펼쳤다. 최종 스코어는 2-0이었지만, 두 차례나 크로스바를 맞추는 등 안타까운 장면들이 다수 연출되며 일방적인 흐름이 이어졌다.

이로써 포항은 28일 열리는 2차전에서 무승부 이상을 기록하거나 패배하더라도 1점 차 이내의 결과를 유지할 경우 결승에 오를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을 맞게 됐다.

중동의 신흥 강호로 손꼽히는 움 살랄을 맞아 포항이 흐름을 장악하며 완승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양쪽 터치라인을 주 공격루트로 삼아 측면을 파고드는 파리아스 감독의 공격 전략이 있었다.

이날 포항은 4-3-3 전형을 가동하며 측면 위주의 공격패턴을 활용해 톡톡히 재미를 봤다. 김정겸과 노병준으로 구성된 왼쪽 측면라인과 최효진-데닐손의 우측면 라인이 번갈아가며 상대 수비진의 빈 틈을 파고들어 여러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냈다. 김재성-김태수-신형민으로 이어지는 중앙미드필드 라인 또한 횡방향으로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측면에서 많은 기회를 창조했다.

포항의 이와 같은 공격패턴은 두 가지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하나는 팀 내에 빠르고 행동 반경이 넓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자원들이 많다는 점이고, 중앙에 공격의 흐름을 조율할 만한 걸출한 플레이메이커가 없다는 점이 다른 하나다.

'강철군단' 포항은 2007년 브라질 출신의 플레이메이커 따바레즈의 경기 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K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그해 겨울 따바레즈가 자국으로 복귀하면서 대대적인 변혁기를 겪었다.

이후 파리아스 감독은 따바레즈 위주로 운영되던 공격 패턴을 모든 선수들이 고루 공격에 가담하는 멀티플레이형 전술로 대체했고, 이를 통해 특유의 공격전술을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양 팀 선수들이 밀집한 중원 대신 측면을 주 공격루트로 정해 다채로운 활용 방법을 창조해냈다.

올 시즌 포항의 경기에서는 키 플레이어를 발견하기 어렵다. 모두가 공격과 수비 역할을 조금씩 나눠맡고 있는 까닭이다. 역할 분담이 잘 되어 있다보니 한 두 자리에 결원이 생기더라도 눈에 띄는 전력 약화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걸출한 스타플레이어가 없으면서도 K리그는 물론, 아시아클럽대항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비결이다.

이제 파리아스 감독은 2승만 더 거두면 고대하던 아시아 정복의 꿈을 이루게 된다. 터치라인 언저리를 장악한 뒤 왼쪽과 오른쪽에서 파상 공세를 지속하는 파리아스 특유의 신명나는 공격축구가 FIFA클럽월드컵을 통해 세계 무대에 첫 선을 보일 날도 머지 않았다.
 
▲ 움 살랄 전에서 첫 골을 터뜨린 후 기뻐하는 포항 선수들(사진_포항스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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