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타르월드컵 팬페스트에서 판매하는 맥주 두 잔. 한 잔 가격은 거의 2만원에 이른다. 사진=이석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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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타르월드컵 팬페스트에서 맥주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선 축구팬들. 사진=이석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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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타르월드컵 팬페스트에 설치된 맥주 가판대. 사진=이석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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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카타르)=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투 비어, 플리즈!”, “원 헌드레드 식스 리얄!”
카타르의 화폐단위는 리얄이다. 1리얄은 370원 정도 된다. 106리얄이면 약 3만9000원이다. 맥주 두 잔을 샀으니 한 잔 가격아 거의 2만원이나 된다. 심지어 30분가량 줄을 서서 받은 귀한 맥주다. 축구와 함께 해서인지 더 맛있게 느껴진다.
엄격한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에선 주류 판매 및 음주가 금지돼 있다. 당초 국제축구연맹(FIFA)은 카타르월드컵 기간 경기 시작 전후로 경기장 인근 지정 구역에서 맥주를 팔 예정이었다. 하지만 카타르 정부가 계속해서 ‘조건부’ 맥주 판매에 대한 반대 압력을 넣었고 결국 FIFA는 개막 이틀을 앞두고 맥주 판매 금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유일하게 맥주가 허용된 곳이 있다. 바로 팬페스트다. 팬페스트는 FIFA가 지난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 팬들이 보여준 거리응원 열기를 보고 벤치마킹해 만든 곳이다. 경기장 티켓이 없어도 축구팬들이 함께 모여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축구를 함께 보고 응원을 펼친다.
이 곳에는 또 FIFA 공식 스폰서 기업들이 준비한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 먹거리가 준비돼 있다. 마치 축구팬들을 위한 놀이동산 같은 분위기다. 한국 기업 가운데는 FIFA 공식 파트너인 현대자동차가 FIFA 박물관과 친환경 소재로 만든 골대 조형물 ‘더 그레이티스트 골’ 등을 마련했다. 다른 기업 부스에 비해 인기가 상당했다.
맥주는 카타르월드컵 팬페스트가 더 주목받는 이유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도하 시내 코르니체에 자리한 팬페스트를 방문했다. 프랑스 대 덴마크, 아르헨티나 대 멕시코 등 빅매치가 열린 날이다. 경기를 치르는 해당 국가 팬들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 온 팬들까지 몰려들었다. 족히 수만 명이 축구 열기를 즐기는 듯했다.
팬페스트에선 오후 7시부터 1시간 동안 FIFA 공식 파트너인 버드와이저 맥주를 살 수 있다. 맥주는 캔에 담긴 채 냉장고 속에서 손님을 기다리다 판매 시작 15분 전에 본격적으로 출동한다. 가판대 직원들은 능숙하게 캔맥주를 따서 빨간색 플라스틱 컵에 담는다. 순식간에 맥주가 담긴 컵이 수북하게 쌓인다.
이미 판매시간 30여분 전부터 맥주를 사기 위해 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 엄청난 인파지만 계산을 한 뒤 미리 담긴 맥주를 가져오기만 하면 되니 생각보다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판매가 시작되고 맥주를 받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10여분, 그 이전부터 줄을 서 있던 시간을 모두 포함하면 30분 정도였다. 대회 개막 전에는 운영 미숙으로 불편함도 많았다고 한다. 팬들이 맥주를 사기 위해 1시간 넘게 기다리는 일도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맥주는 버드와이저 로고가 박힌 플라스틱 컵 안에 담겼다. 예쁜 디자인의 플라스틱 컵은 좋은 기념품이다. 컵을 지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맥주를 더 사서 마신다는 사람도 있다.
양 손에 맥주 한 잔씩을 들었다.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니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마시는 술이라 취기도 금방 올라온다. 내친김에 전세계 축구팬들이 모여있는 대형 화면 쪽으로 이동해 자리 잡았다. 옆에는 아르헨티나에서 온 무리가 맥주를 마시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프랑스 대 덴마크 경기 전반전 45분을 그렇게 축구팬처럼 봤다.
처음에 맥주 논란이 있었을 때 ‘굳이 술을 못마시게 하는 나라에서까지 억지로 술을 팔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맥주를 마시는 그 순간에는 생각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역시 축구는 맥주다.
| 팬페스트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축구를 즐기는 아르헨티나 팬들. 사진=이석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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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계에서 온 축구팬들이 팬페스트에서 함께 축구를 즐기고 있다. 사진=이석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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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페스트 현장에 설치된 기아차 부스에 많은 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석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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