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듀101'의 그늘]②아이돌 제작 새 패러다임? 방송사 권력만 키운다

  • 등록 2017-08-04 오전 6:00:00

    수정 2017-08-04 오전 7:50:56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은 방송사의 새로운 수익 창출의 창구가 됐다.(그래픽=이데일리 디자인팀)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가요계 새로운 이슈 이터가 나타났다. 프로젝트 보이그룹 워너원이 그 주인공이다. 오는 7일로 예고된 정식 데뷔 전부터 가요계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다. 워너원의 인기는 연예계에 대중의 관심을 끌어온다는 점에서 반길 일이다. 가수, 아이돌그룹을 제작하고 육성하는 가요 기획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워너원이 케이블 방송사인 Mnet의 연습생 오디션 ‘프로듀스101 시즌2’를 통해 만들어졌고 내년 말까지 계약이 묶여 활동을 해야하는 프로젝트 그룹이라는 점에서다.

◇ 아이돌 제작 프로그램에 연예단체 ‘반기’

대중의 환호에 가려졌던 그림자다. ‘프로듀스101’이 걸그룹 아이오아이를 배출한 시즌1에 이어 워너원이 완성된 시즌2가 더 큰 성공을 거두면서 엇비슷한 프로그램들이 여기저기서 기획되고 있다. ‘프로듀스101’은 기획사에 소속되거나 개인적으로 데뷔를 준비해온 101명의 연습생들을 경쟁시켜 프로젝트 아이돌 그룹을 제작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연예계에서 방송사의 권력 집중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로운 스타의 등장은 아류를 낳으면서 유행을 만들어 나간다. 특화된 콘셉트의 아이돌 그룹이 인기를 끌면 비슷한 형태의 가수 또는 음악이 붐을 이루는 게 그 동안 가요계의 일반적인 흐름이었다. 요즘도 그렇지만 바빠진 것은 가수 제작자들이 아닌 방송사들이다.

Mnet은 출연자 다수가 기획사 소속 연습생들이었던 ‘프로듀스101’에 이어 기획사에 소속되지 않은 K팝 꿈나무들이 출연하는 ‘아이돌 학교’라는 프로그램까지 론칭했다. KBS는 10월 방송 예정으로 아이돌 재기 오디션 프로그램을 방송할 예정이며 MBC도 프로그램 준비를 위한 책임프로듀서와 연출자 등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YG엔터테인먼트도 이 같은 프로그램을 기획 중으로 종합편성채널을 통해 방송할 것으로 관측된다.

워너원(사진=YMC엔터테인먼트)
◇ 연예권력 방송사에 집중…기획사 위축 우려

가요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아이돌 그룹은 해당 방송사에서 음악과 예능프로그램 출연 등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줄 게 뻔하다”며 “가뜩이나 가수들의 음악, 예능프로그램 출연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방송사가 제작한 아이돌 그룹들이 나온다면 기획사 제작 가수들의 설자리는 갈수록 좁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방송 출연은 가수들에게 중요한 홍보 수단이다. 노래를 아무리 잘 부르고 끼가 넘쳐도 대중에게 알리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다. 새로운 미디어들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국내에서 대중에게 가장 큰 파급력을 가진 매체는 아직 TV다. 출연 기회가 줄어들면 방송사에 소위 ‘줄대기’ 풍토가 만연해질 가능성이 크다.

아이오아이와 워너원은 Mnet의 외뢰를 받아 기획사 YMC엔터테인먼트에서 매니지먼트를 맡았다. 실질적인 진두지휘를 하는 것은 Mnet을 보유한 CJ E&M이다. 아이오아이의 경우 멤버 개인과 각각의 소속사, YMC엔터테인먼트, CJ E&M이 수익의 25%씩을 나눠가졌다. 이들 그룹들이 많은 활동을 하고 높은 수익을 올릴수록 CJ E&M도 더 많은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다.

아이오아이는 ‘프로듀스101 시즌1’ 방송이 끝난 후 10개월간 활동을 하며 멤버들이 각자의 소속사에서 데뷔를 하는 ‘투잡’도 해왔다. 그러나 워너원 멤버들은 내년 12월31일까지 일절 다른 활동은 하지 못하도록 계약 조건이 강화됐다. 한 기획사 대표는 “워너원 멤버들에 대한 계약은 한마디로 ‘뽑아먹을 만큼 뽑아먹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며 “아이오아이 멤버들이 누렸던 해체 후 후광효과를 워너원 멤버들에게서는 기대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대중문화평론가인 이재원 한양대 겸임교수는 “아이오아이와 워너원은 방송사가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시켰고 음악활동까지 욕심을 낸다는 점에서 결국 방송사가 최상위에 포진한 수직계열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참여문화가 광범위한 컨버전스시대라 하더라도 방송사가 공익성 유지와 음악 생태계의 존중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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