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스의 땀, 야구 밖에서도 꽃이 되다

  • 등록 2014-03-16 오전 10:30:13

    수정 2014-03-17 오후 3:53:07

김성근 감독.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야구 뿐 아니라 명강사로도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한계를 미리 설정하지 않고 마지막 가능성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그의 리더십은 야구를 넘어 기업 경영 등 여러 분야에서도 귀감이 되기 때문이다. 그의 스케줄 표엔 강연 일정이 빼곡히 들어 차 있다. 섭외 요청의 절반 정도는 거절하고 있음에도 그렇다.

얼마 전 강연에선 매우 뜻 깊은 선물도 받았다. 고양 원더스가 가고 있는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려 준 귀한 경험이었다.

대덕 LG 연구소 강연 때 일이다. 여느 때 처럼 뜨거운 반응 속에서 이야기를 마쳤을 때, 사회자의 멘트가 들려왔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감독님을 위한 깜짝 이벤트가 준비돼 있습니다.”

김 감독은 순간, 최동수 등 LG 감독 시절 제자들이 등장하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앞으로 다가온 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제자였다. 원더스 출신 좌완 투수 김경택이었다.

김경태는 김 감독이 꽤 공을 들였던 선수였다. 야구단으로서 틀이 채 갖춰지지도 않았던 원더스 창단 첫 해, 제법 눈에 띄는 기량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전은 길지 못했다. 고질적인 발바닥 부상 탓에 결국 1년만에 다시 야구 선수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렇게 그는 아쉬움만 남긴 채 팀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원더스에서의 1년은 그에게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 든든한 자양분이 됐다. 이를 악물고 재도전한 사회에서 그는 당당히 성공을 거뒀다.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대기업에 입사해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김경택이 속한 부서의 부장은 김 감독에게 “정말 좋은 인재 입니다. 가장 성실하고 부지런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좋은 인재를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머리를 숙였다.

김경택의 고백도 김 감독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원더스에서 1년이 제게 큰 재산이 됐습니다. 야구를 다시 그만둔 이후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그럴때 마다 훈련했던 때를 되돌아 봅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어떤 것도 힘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김 감독은 언제나 “고양 원더스엔 인생이 있다”고 말하곤 한다. 선수는 물론 가르치는 자기 자신까지 단순히 야구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뿌리가 깊어지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나는 지금 0.1%의 가능성만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파고들고 있다. 농구공을 치는 등 밖에서는 미쳐보일지 모르는 방법까지 동원해 본다. 선수가 모자란 것이 아니라 내가 틀렸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든 것을 걸고 도전해 본 시간은 어떻게든 결실을 맺을 것이다. 경택이를 보며 나도 고마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덧붙이기 : 문득 고양 원더스의 스프링캠프를 지켜보며 썼던 기사, ‘원더스서 실패하면 정말 루저가 되는걸까’(http://starin.edaily.co.kr/news/NewsRead.edy?SCD=EB21&newsid=01095526606019056&DCD=A20102)에서 인용한 이상훈 원더스 투수 코치의 말이 떠올랐다. “여기서도 결국 성공하지 못하는 선수들은 어떻게 될까요?”라는 질문에 그는 이런 답을 했다.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무도 모르지. 그런데 누구나 인생에 고비는 오잖아. 아무리 잘 나갔던 사람도 마찬가지고. 그걸 이겨내느냐 지느냐의 차이지. 여기서 이렇게 하고도 야구 선수로 성공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이 나올 거야. 하지만 그 아이들의 가슴 속엔 바위가, 그것도 아주 단단한 바위가 생길 걸. 아무리 큰 파도도 움직일 수 없는 큰 바위. 그게 이 시간을 견뎌낸 훈장 아닐까. 그렇게 생긴 바위는 나중에 우리 선수들이 어떤 삶을 살더라도 흔들리지 않게 해줄 거야. 사업을 하건, 지도자가 되건, 겁내거나 두려워서 꽁무니를 빼는 사람이 되지는 않도록 도와줄거라고 생각해. 여기서 이 시간을 이겨낸 선수라면 반드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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