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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는 요즘 표정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빅뱅·2NE1에 이어 이른바 ‘엽기 가수’로 불리던 싸이까지 ‘대박’이 나서다. 싸이는 자신의 6집 앨범 수록곡인 ‘강남스타일’이 유튜브 조회 수 5000만 건을 넘기면서 ‘월드스타’의 수식어를 갖게 됐다.
“음악뿐 아니라 크리에이티브(창조적인) 일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은 항상 앞서 나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것은 국경이 아니라 문화권인데 유튜브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그를 관통하는 결정적 구실을 하고 있죠.”
YG는 지난 2008년부터 유튜브에 공식 채널을 만드는 등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발 빠르게 적응했다. YG블로그를 만들고 인터넷TV로 자체 방송도 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그런 것 누가 얼마나 보겠냐’는 비아냥도 있었다. 양현석은 이 변화된 소통 창구에 가장 먼저 주목했다.
“기존 엔터 산업은 방송 매체에만 지나치게 집중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이제 인터넷 환경으로 묶여 있어요. 좋은 콘텐츠만 있다면 얼마든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을 수 있다는 걸 싸이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신했습니다.”
“싸이 역시 이번 앨범 활동을 하며 국내 방송에 출연한 횟수는 SBS ‘인기가요’ 4차례에 불과해요. 그럼에도 5000만건에 육박하는 유튜브 조회 수와 미국 내 ‘말춤’ 열풍의 주인공이 됐죠. 그간 K팝이 쌓아올린 여러 과정이 쌓여 결실을 보고 있고 적절한 타이밍에 싸이가 터졌다고 봅니다.”
양현석은 “단순히 싸이가 웃겨서만은 아니다”고 했다. 그의 탄탄한 음악 실력과 열정·끼에 더해 아티스트의 개성을 잘 살리고자 노력하는 YG의 뮤직비디오 제작 철학, 과감한 투자 전략이 더해졌다는 얘기다. 양현석은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그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그가 이번 싸이의 미국 진출에 의미를 두는 건 따로 있다.
“YG도 지난 2007년 세븐으로 미국 경험을 쌓았지만 사실 SM의 많은 그룹과 JYP의 원더걸스 등이 닦아놓은 길이 있기에 이 모든 게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요? ‘K팝 열풍’이라고 하지만 사실 아직도 대다수 외국 사람들은 한국 문화와 한국 가수를 잘 몰라요. 꼭 싸이가 아니라도 누군가 먼저 세계적인 가수가 된다면 그만큼 다른 한국 가수에게 펼쳐지는 길이 넓어질 겁니다.”
미국 팝스타 저스틴 비버 기획사 측이 싸이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고, 현재 싸이의 월드와이드 앨범 발매가 유력하게 거론 중이다. YG 소속 가수는 물론 SM이나 JYP의 내로라하는 대표 아이돌 그룹도 이뤄내진 못한 성과를 싸이가 이뤄낼 가능성이 크다.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와 트위터 등 SNS의 힘이 컸다. 자생적인 입소문 덕이다. 그에 앞서 YG와 YG의 수장 양현석이 다진 기반을 무시할 수 없다. 싸이의 현재는 그의 훌륭한 음악적 역량과 YG의 세계화 전략이 결합한 합작품이다. 수년간 다져온 네트워크 토양 없이는 싸이 혼자만의 힘으로 이만큼 올라서기 쉽지 않았다는 평가다. 양현석은 즐거운 상상 중이다. “3분 남짓한 음악 하나가 몰고 온 파급 효과가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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