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한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태권도 종주국인 우리나라도 남자 그랜드슬램 달성자는 문대성(36) 의원이 유일하다. 현역시절 ‘태권괴물’로 불렸던 문 의원은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의 나이 28세였다.
하지만 불과 20살의 나이에 그랜드슬램 달성을 눈앞에 둔 선수가 있다. 바로 런던올림픽 남자 58㎏급에 참가하는 이대훈(용인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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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선수 출신인 아버지 이주열(42)씨의 영향으로 5살 때부터 태권도를 시작했던 이대훈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출전했던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남자 63㎏급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탄력이 붙은 이대훈은 지난해 5월에 열린 경주세계선수권대회와 베트남에서 열린 2012아시아선수권대회까지 석권, 한국 태권도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이대훈의 장점은 181㎝의 큰 신장에서 나오는 안면공격이다. 109㎝의 긴 다리를 가진 이대훈은 몸통을 맞아 1점을 내주고도 바로 3점짜리 얼굴공격으로 전세를 역전시킨다. 태국의 푼통 나차(25)와 맞붙었던 광저우아시안게임 결승에서도 안면공격으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대표팀 김세혁(57) 감독은 “(이)대훈이의 긴 다리를 이용한 얼굴공격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주체급이었던 63㎏급 선수들의 신장보다 58㎏급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나이답지 않은 차분하고 침착한 성격과 승부욕도 장점이다.
김 감독은 “나이가 어리다는 시선도 있지만 대훈이는 이미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을 제패할 만큼 차분하고 침착하다”며 “어린선수가 런던올림픽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덤비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음을 보였다.
기존 라저스트(Lajust) 전자호구는 정확히 맞히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대도의 전자호구는 일정강도 이상의 타격이 없으면 유효득점이 나오지 않는다. 그동안 큰 키를 이용한 차고 다시 미는 기술로 재미를 봤던 이대훈이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제대로 된 ‘타격’을 하지 않으면 점수를 얻기 어려워진다.
실제로 이대훈은 대도 호구를 사용한 선발전에서 밀어차기와 직선공격 동작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고전했다.
김 감독은 “(대도 전자호구가)몸통 점수가 야박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무리하게 몸통점수에만 매달리기 보다는 안면공격에 좀 더 포인트를 두려한다”며 “안면 돌려차기를 성공하면 4점을 받고 공격을 받은 상대가 쓰러지면 5점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대훈 역시 “지금은 전자호구에 대한 문제보다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컨디션 조절에 신경쓰고 있다”며 “얼굴 공격 위주로 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체급변경에 따른 체력도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다. 이대훈은 지금까지 63㎏급 위주로 출전해왔지만 올림픽 출전을 위해서는 58㎏급이나 68㎏급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이대훈은 몸무게를 줄여 58㎏급 출전을 택했다. 체급을 변경하면서 시드배정을 받을 수 없게 된 것도 불리한 점 중 하나다.
김 감독은 “단순히 먹을 것을 줄여 살을 빼는 게 아니라 트레이닝을 통한 감량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며 “마른 장작이 더 잘 탄다는 말처럼 더 뛰어난 기량을 보여줄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반문했다.
이어 “하지만 (이)대훈이가 시드배정을 받지 못해 라이벌로 꼽히는 러시아, 스페인, 태국선수 등을 생각보다 빨리 만나게 될 경우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기대와 우려 속에도 당사자인 이대훈은 여유가 넘쳤다.
이대훈은 8월8일 오후 5시15분(한국시간) 예선전을 통해 금빛 항해를 시작한다.
◇이대훈 프로필
▲생년월일=1992년 2월 5일
▲신체조건=181㎝ 61㎏
▲학력=중계초~한성중~한성고~용인대
▲주요 성적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63㎏급 금메달
-2011년 경주세계태권도선수권 63㎏급 금메달
-2012년 아시아태권도선수권 58㎏급 금메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