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주목할 선수⑫<이대훈>20살에 완성할 태권도 '그랜드슬램'

  • 등록 2012-07-08 오후 12:24:23

    수정 2012-07-08 오후 12:24:23

【서울=뉴시스】 태권도에도 골프와 테니스처럼 ‘그랜드슬램’이 있다.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에서 모두 우승했을 때에만 영광스런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

굵직한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태권도 종주국인 우리나라도 남자 그랜드슬램 달성자는 문대성(36) 의원이 유일하다. 현역시절 ‘태권괴물’로 불렸던 문 의원은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의 나이 28세였다.

하지만 불과 20살의 나이에 그랜드슬램 달성을 눈앞에 둔 선수가 있다. 바로 런던올림픽 남자 58㎏급에 참가하는 이대훈(용인대)이다.

이대훈 (AP Photo/Eugene Hoshiko)


태권도 선수 출신인 아버지 이주열(42)씨의 영향으로 5살 때부터 태권도를 시작했던 이대훈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출전했던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남자 63㎏급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탄력이 붙은 이대훈은 지난해 5월에 열린 경주세계선수권대회와 베트남에서 열린 2012아시아선수권대회까지 석권, 한국 태권도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이대훈의 장점은 181㎝의 큰 신장에서 나오는 안면공격이다. 109㎝의 긴 다리를 가진 이대훈은 몸통을 맞아 1점을 내주고도 바로 3점짜리 얼굴공격으로 전세를 역전시킨다. 태국의 푼통 나차(25)와 맞붙었던 광저우아시안게임 결승에서도 안면공격으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대표팀 김세혁(57) 감독은 “(이)대훈이의 긴 다리를 이용한 얼굴공격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주체급이었던 63㎏급 선수들의 신장보다 58㎏급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나이답지 않은 차분하고 침착한 성격과 승부욕도 장점이다.

김 감독은 “나이가 어리다는 시선도 있지만 대훈이는 이미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을 제패할 만큼 차분하고 침착하다”며 “어린선수가 런던올림픽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덤비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음을 보였다.

런던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이번 대회부터 새로 도입되는 스페인 대도(Daedo) 전자호구에 대한 적응이다.

기존 라저스트(Lajust) 전자호구는 정확히 맞히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대도의 전자호구는 일정강도 이상의 타격이 없으면 유효득점이 나오지 않는다. 그동안 큰 키를 이용한 차고 다시 미는 기술로 재미를 봤던 이대훈이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제대로 된 ‘타격’을 하지 않으면 점수를 얻기 어려워진다.

실제로 이대훈은 대도 호구를 사용한 선발전에서 밀어차기와 직선공격 동작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고전했다.

김 감독은 “(대도 전자호구가)몸통 점수가 야박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무리하게 몸통점수에만 매달리기 보다는 안면공격에 좀 더 포인트를 두려한다”며 “안면 돌려차기를 성공하면 4점을 받고 공격을 받은 상대가 쓰러지면 5점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대훈 역시 “지금은 전자호구에 대한 문제보다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컨디션 조절에 신경쓰고 있다”며 “얼굴 공격 위주로 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체급변경에 따른 체력도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다. 이대훈은 지금까지 63㎏급 위주로 출전해왔지만 올림픽 출전을 위해서는 58㎏급이나 68㎏급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이대훈은 몸무게를 줄여 58㎏급 출전을 택했다. 체급을 변경하면서 시드배정을 받을 수 없게 된 것도 불리한 점 중 하나다.

김 감독은 “단순히 먹을 것을 줄여 살을 빼는 게 아니라 트레이닝을 통한 감량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며 “마른 장작이 더 잘 탄다는 말처럼 더 뛰어난 기량을 보여줄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반문했다.

이어 “하지만 (이)대훈이가 시드배정을 받지 못해 라이벌로 꼽히는 러시아, 스페인, 태국선수 등을 생각보다 빨리 만나게 될 경우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기대와 우려 속에도 당사자인 이대훈은 여유가 넘쳤다.

이대훈은 “컨디션 조절만 잘 된다면 올림픽 금메달은 당연하다”며 “금메달과 함께 태권도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이렇게 재밌는 경기였나’라고 느끼실 만큼 호쾌한 경기를 펼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이대훈은 8월8일 오후 5시15분(한국시간) 예선전을 통해 금빛 항해를 시작한다.

◇이대훈 프로필

▲생년월일=1992년 2월 5일

▲신체조건=181㎝ 61㎏

▲학력=중계초~한성중~한성고~용인대

▲주요 성적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63㎏급 금메달

-2011년 경주세계태권도선수권 63㎏급 금메달

-2012년 아시아태권도선수권 58㎏급 금메달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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